주요 그룹이 올해 핵심 계열사 최고경영진 인사에서 새로운 인재를 승진·발탁하기보다는 기존 사장을 유임 시키거나 다른 계열사 대표이사로 옮기는 ‘회전문 인사’를 강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경기침체 우려에 대응해 회사 사정을 잘 알고 회장 등 오너들과 손발을 맞추기 편한 익숙한 인물을 다시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최고경영자(CEO) 2명을 유임시켰다.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 부문 부회장과 경계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사장은 내년에도 각 부문을 이끈다. 노태문 모바일경험(MX) 사업부장(사장)까지 핵심 3인방이 모두 자리를 지켰다. 삼성전자는 인사를 발표하면서 “2인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해 경영안정을 도모하는 동시에 핵심 사업의 경쟁력 강화, 세상에 없는 기술 개발 등 지속성장 가능한 기반을 구축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었다.
SK그룹은 상대적으로 큰 폭(10명)의 사장단 인사를 냈지만, 역시 핵심 계열사 대표는 기존 인물로 채웠다. SK㈜ 사장은 장용호 SK실트론 사장이 맡고,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자리엔 박상규 SK엔무브 사장이 이동한다. SK실트론 사장은 이용욱 SK㈜ 머티리얼즈 사장이 이어받았다. SK온 대표엔 이석희 전 SK하이닉스 사장이 내정됐다. 유영상 SK텔레콤 사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유임됐다. 부회장단이 모두 후선으로 물러난 ‘세대교체’가 이뤄진 것과 별개로 핵심 계열사 사장단은 대표직을 유지했다.
LG그룹도 사정은 비슷하다. 조주완 LG전자 사장,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은 유임됐고, 정철동 LG이노텍 사장은 LG디스플레이 사장으로 이동했다. 신세계그룹은 주요 계열사 대표 겸직 체제를 구축했다. 박주형 신세계센트럴시티 대표는 신세계 대표를 겸직하고, 송현석 신세계푸드 대표는 신세계L&B 대표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한채양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는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24 대표를 모두 맡았다.
주요 그룹 중엔 현대자동차그룹과 롯데그룹 정도만 약간의 교체 인사를 단행했다. 현대차는 현대차·기아 구매본부장 이규석 부사장과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 서강현 부사장을 각각 현대모비스와 현대제철 사장으로 선임했다. 롯데그룹은 5년간 화학군 총괄대표를 맡았던 김교현 부회장 후임으로 롯데지주 ESG경영혁신실장 이훈기 사장을 선임했다. 이외 롯데는 7명의 대표를 새로 선임했다. 다만 이들은 사장급이 아닌 부사장이나 전무급이다.
재계 관계자는 26일 “내년 경기전망이 암울한 상황에서 ‘전쟁 중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격언에 맞춘 인사인 셈”이라고 전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