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그룹 CEO 승진 여성 단 1명… 다시 견고해진 ‘유리천장’

입력 2023-12-27 04:04

올 연말 10대 그룹에서 ‘사장(최고경영자·CEO)’으로 승진한 이들은 ‘명문대 출신의 50대 중반 남성’으로 요약된다. 승진자들의 평균 나이는 ‘55.4세’로 1년 전(56세)보다 다소 낮아진 반면, 여성 CEO는 단 1명뿐으로 대기업의 ‘유리천장’은 더 단단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승진자 2명 중 1명은 소위 ‘SKY(서울대·연세대·고려대)’ 출신이었다.

26일 국민일보가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롯데 한화 GS HD현대 신세계 등 공정거래위원회 기준 ‘총수 있는 기업 집단’ 9곳의 신규 CEO를 분석한 결과, 승진자 수는 45명으로 지난해(57명)에 비해 20% 가까이 줄었다. 10대 그룹 중 내년 1월로 인사가 늦춰진 CJ그룹은 제외했고, 이전에 대표를 맡다가 다른 계열사로 옮긴 CEO나 비주력 계열사 대표는 배제했다.


반도체 불황 직격탄을 맞은 삼성전자는 승진자 수를 대폭 줄였다. 삼성전자는 올해 인사에서 2명의 사장 승진자(용석우 DX부문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김원경 글로벌 퍼블릭 어페어실장)만 배출했다. 지난해에는 7명이 사장을 달았다. 다른 그룹사를 포함해도 삼성 전체로 신규 사장은 총 7명뿐이었다. SK그룹 8명, 현대자동차그룹 7명, LG그룹 4명 등 다른 대기업도 지난해보다 CEO급 신규 승진자가 줄었다. 한화그룹에선 1명의 CEO 승진자가 나왔다.

신규 승진자 45명의 평균 나이는 55.4세로 SK그룹(52.5세)이 가장 젊었다. 이어 롯데(54.6세), GS(54.8세) 등 순이었다. LG그룹(58세)과 현대차그룹(57.8세)은 상대적으로 나이 많은 신규 사장단을 꾸렸다. 최연소 사장 승진자는 1979년생(44세)인 GS건설의 허윤홍 사장이었다. 허 사장은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주요 그룹 CEO급 승진자는 ‘남성 천하’였다. 45명 중 남성이 44명, 여성은 1명에 불과했다. 김소연 롯데에이엠씨 대표이사 전무가 CEO 명단에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에는 신규 사장급 임원 57명 중 5명이 여성이었다.

SKY 출신 비중은 지난해 56.1%에서 올해 53.3%로 큰 차이는 없었다. 서울대 출신이 12명으로 가장 많았고, 연세대(7명), 고려대(5명) 순이었다. 외국대학을 졸업한 경우는 4명이었고 한양대 3명, 성균관대 2명, 한국외대 2명,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1명 등이었다.

최종 학력이 석·박사인 승진자는 22명으로 비율은 44.9%에 달했다. 이중 석사가 15명, 박사는 7명이었다. 한국에서 박사를 딴 승진자는 3명이고 나머지는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재계 관계자는 “각 그룹에서 내년도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변화보다는 체제 안정과 위기 속 기회를 엿보는 데 주안점을 둔 인사 기조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