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엄청 많이 모아 교회 수련회 가고 신나게 놀기도 했는데 일(양육자의 수감)이 터지고선 교회도 거의 못 갔거든요. 이렇게 노는 거 진짜 오랜만이었어요.”(13·멘티E) “평생 게임만 하면서 살겠구나 싶었어요. 그런데 이제 도전 욕구도 생기고 원하는 뭔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15·멘티G)
누군가의 평범한 다짐처럼 보이는 이 고백엔 평범하지 않은 배경이 있다. 바로 우리 사회의 잘못된 연좌제(범죄인과 특정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연대책임을 지게 하는 제도) 인식으로 인해 아픔을 겪고 있는 당사자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수용자 자녀 지원 전문 단체 아동복지실천회 세움(상임이사 이경림)은 최근 ‘찾아가는 멘토링’ 사례보고회를 열었다.
찾아가는 멘토링 프로그램은 부모의 수용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수용자 자녀와 아동청소년 전문 지도자(멘토)가 소그룹으로 만남을 가지며 다양한 활동과 교류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온 사업이다. 보고회에는 지난 3년여간 수용자 자녀들을 만나온 멘토들과 이 프로그램의 효과성을 연구한 이지선 이화여대(사회복지학과) 교수, 사업을 지원해 온 이랜드재단 하나금융나눔재단 브라이언임팩트재단 관계자들이 함께했다.
이 교수는 멘토(4명)와 멘티(9명)의 심층 인터뷰와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양적·질적 효과성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멘토들이 아이들을 만나는 관점을 하나의 키워드로 요약하면 ‘진심’이었다”며 “아이들을 대하는 어른들의 진심이 아이들의 회복과 성장에 큰 동력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진로와 미래에 대한 기대감 측면에서도 긍정적 변화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멘티들에게 ‘열쇠 삼촌’으로 불리는 한기철 멘토(국민일보 2023년 11월 14일자 37면 참조)는 “찾아가는 멘토링 활동의 구조는 ‘새로운 경험’ ‘자기주도적 참여’ ‘건강한 일상’이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게 핵심”이라며 “이를 통해 아이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행동에 책임질 수 있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이들의 삶이 절망과 어둠이 아니라 빛이 될 수 있도록 함께하는 게 우리의 사명”이라며 “아이들에게 ‘찾아가는 멘토링’이 필요 없어질 때까지 이 프로그램을 지속할 수 있도록 기관 개인 교회를 넘어 많은 이들의 성원을 부탁한다”고 전했다.
이경림 상임이사는 “멘토 선생님들 덕분에 아동이 한 발 내딛는 과정에 힘이 되었을 거라는 확신을 갖는다”고 감사를 전했다. ‘찾아가는 멘토링’은 내년에도 수용자 자녀들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구성해 진행될 예정이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