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협상을 물밑 타진 중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최고 지도부를 향해 “명분만 세워주면 휴전할 용의가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NYT에 따르면 크렘린궁은 지난 9월부터 복수의 외교 채널을 통해 우크라이나와의 휴전 협상에 관심이 있다는 신호를 보내왔다. NYT는 “미국·러시아 모두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는 국가가 중간에서 푸틴 대통령의 이런 의사를 우크라이나 최고 지도부에 전달하는 매개자 역할을 하기도 했다”면서 “푸틴이 겉으로는 호전적인 어조를 반복하며 우크라이나 완전 점령을 외치고 있지만 그건 허세일 뿐”이라고 전했다. 이어 “러시아는 ‘형식적인’ 승리 선언만 할 수 있다면 현 위치에서 전쟁을 중단하는 협상에 나서겠다는 게 푸틴의 본심”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가을 러시아 최고위 관료를 만났다는 한 국제 관료는 NYT에 “러시아는 휴전 협상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한다”며 “더 이상의 전쟁이 아니라 현재 점령지 유지가 목적”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전직 고위 관료도 “그(푸틴)는 정말로 현 위치에서 중단하고 싶어 한다”고 언급했다.
푸틴은 현 상황을 휴전의 최적기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쟁이 6개월 이상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관심과 지원 열기가 급격히 식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NYT의 취재 내용 확인 문의에 “개념적으로 잘못된 내용”이라고 답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