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표 법원장 추천제’ 결국 폐지 수순 밟는다

입력 2023-12-22 04:05
조희대 신임 대법원장이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내년 법관 정기인사에서 김명수 전 대법원장 대표 정책인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시행하지 않기로 했다. 대법원은 내년 인사 이후 추가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김명수 체제 유산’ 지우기의 신호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김상환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21일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 올린 공지에서 “2024년 법관 정기인사에서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시행하지 않고, 훌륭한 인품과 재판능력 등을 두루 갖춘 적임자를 법원장으로 보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앞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법원장에게 장기미제 사건을 맡기는 방안 등을 밝힌 바 있다. 조 대법원장의 첫 인사에서 임명될 법원장들은 사법부 최대 현안인 재판 지연 문제를 일선에서 해결하는 역할 등을 맡게 될 전망이다.

김 처장은 “지난 5년간 시행돼 온 법원장 후보 추천제에 대해 법원 안팎으로 여러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며 “이번 정기인사에서 당장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원활하게 시행하기에는 남은 일정이 너무 촉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처장은 법원장 인사제도는 내년 인사 이후 광범위한 의견 수렴을 거쳐 합리적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당장 폐지하기로 결정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지만, 법원 내부에선 향후 폐지 수준의 전면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재판 지연의 주요 원인이 법원장 추천제인지에는 생각이 다를 수 있어도, 현재의 인기 투표식 추천제를 그대로 두긴 어렵다는 데 대부분 법관들이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판사는 “적어도 현 추천제가 사법행정권을 적극 행사하는 법원장을 우선 임명하는 식으로 운용되지 않는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각 법원 일선 판사가 투표를 통해 천거한 후보 2~4명 중 1명을 대법원장이 법원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김 전 대법원장의 사법개혁 방안 대표 정책으로 꼽힌다. 대법원장 권한을 분산하고 수평적 사법행정 도입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있지만, 사실상 ‘인기투표’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일선 판사들에게 신속한 재판 처리를 독려하는 게 어려워졌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일부 판사들은 최근 법원 내부망에 “추천제를 재판 지연의 원인으로 볼 수 없다”는 반박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에 따라 조 대법원장이 이 같은 내부 반발을 어떻게 조율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