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세’ 한동훈의 1년7개월… 서초동과 여의도, 엇갈린 평가

입력 2023-12-22 00:03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지명된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2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장관 이임식을 마치고 직원들의 축하 박수를 받고 있다. 한 전 장관은 “9회 말 투아웃 투스트라이크면 원하는 공이 들어오지 않아도, 스트라이크인지 볼인지 애매해도 후회 없이 휘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과천=최현규 기자

21일 물러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취임 후 1년7개월간 고위험 성범죄자 주거지 제한 등 국민 삶과 직결된 법무 정책을 거침없이 추진했다. 시행령을 통한 검찰 직접 수사권 확대 등은 범죄 대응 역량을 강화했다는 호평이 있었지만, ‘무리수’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여의도 국회에 올 때마다 보여준 직설화법은 지지 세력에 따라 “시원하다” “거칠다”는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은 문재인정부 법무부 장관들과 가장 선명하게 대비된 정책이다. 한 전 장관은 지난해 5월 취임 1호 지시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폐지했던 서울남부지검 금융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부활시켰다. 지난해 8월엔 이른바 ‘검수완박법’에 맞서 검찰 수사권을 확대하는 시행령 개정안도 마련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시행령 쿠데타’ ‘꼼수’라고 강력 비판했고, 한 전 장관은 “왜 깡패, 마약 수사를 검찰이 못하게 해야 하느냐”며 첨예하게 대립했다. 한 전 장관 지시로 마약 수사를 전담하는 대검 마약 조직범죄부가 복원되기도 했다. 수도권의 한 검찰 간부는 “검찰이 다시 적극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한 전 장관이 마련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지명된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2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장관 이임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과천=최현규 기자

한 전 장관은 이민청 신설,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 추진, 촉법소년 연령 기준 하향 등 국민 관심도가 높은 정책을 추진했다. 일련의 과거사 사건 및 세월호 참사 국가 상대 손해배상 사건의 항소·상고를 포기하기도 했는데 빠른 피해 회복을 도운 전향적 결정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 주요 보직이 ‘윤석열 사단’으로 채워지면서 검찰이 사실상 ‘한동훈 직할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돼왔다. 검찰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수사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한 전 장관은 수차례 야당과 정면충돌했다. 그는 지난 2월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 체포동의안의 혐의를 설명하면서 “100만원짜리 휴대전화를 주인 몰래 아는 사람과 짜고 10만원에 판 것”이라고 비유했다. 검찰 측 증거를 상세히 설명하는 방식에 야당은 거세게 반발했고, 한 전 장관은 “국민들 앞에서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맞받았다.

권한 집중 논란 속 신설된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의 부실 검증 지적도 있었다. 한 전 장관은 검사 출신 정순신 변호사가 아들 학교폭력 문제로 낙마하자 “알았다면 그냥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국민께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야권을 겨냥한 한 전 장관의 날 선 화법은 지지 세력에게 긍정적 평가를 받았지만, 일반 국민의 피로감을 높였다는 지적도 있다. 취임 1주년 때 참여연대가 한 전 장관 퇴출을 요구하자 한 전 장관은 “정치단체가 왜 중립적인 시민단체인 척하는지 모르겠다”고 쏘아붙였다. 한 전 장관의 어록집까지 출간됐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전 정부 때 수사도 받았던 한 전 장관 입장에서 지금까지 감정 섞인 발언을 쏟아냈던 측면이 있지만, 정치인으로서의 언어는 달라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