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째 장로 ‘가문의 영광’… 가훈은 “오직 여호와를 섬기겠노라”

입력 2023-12-22 03:00
안동현(오른쪽) 장로가 17일 충북 청주 청북교회에서 장로 임직 후 아버지 안재명(가운데) 원로장로, 아들 안태욱 집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안 장로 제공

지난 17일 충북 청주 청북교회(박재필 목사)에서 열린 장로 임직식은 한국교회사에서 기념비적인 행사로 불릴 만했다. 이날 안동현(57) 장로가 직분을 받으면서 ‘4대째 장로 가문’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복음이 전래된 지 140년이 채 되지 않은 한국 기독교 역사 속에서 ‘큰 믿음의 사람’ 장로가 4대에 걸쳐 배출되기란 극히 드문 사례다.

안 장로는 증조부 안기수(1890~1942) 보은 원평교회 장로를 시작으로 조부 안창원(1914~1982) 원평교회 장로, 아버지 안재명(86) 청북교회 원로장로의 뒤를 이었다.

한 가문이 100년 넘게 신앙을 지켜온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가문 후손들은 ‘실천하는 신앙’을 꼽는다. ‘안씨 가문의 아브라함’ 안기수 장로는 5대 독자로 태어났다. 내한 선교사를 통해 기독교인이 된 그는 1908년 원평교회를 세웠다. 그는 이웃한 청산까지 매일 작은 성경을 짊어지고 다니면서 전도했다. 신앙생활을 시작하면서 안 장로는 부인의 이름을 ‘요한나’로 개명하고 복음의 표식으로 삼았다.

후손들은 부모님의 뒷모습을 보며 신앙을 지켰다. 안 장로는 21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어릴 때부터 ‘여호와를 섬기는 가정’이라는 걸 자연스럽게 체득했다. 집안 어른 모두 성경대로 살기 위해 노력했고 우리도 그걸 보고 자랐다”고 전했다. 선대가 지켜나간 신행일치(信行一致)의 삶이 고스란히 후손에게 전해진 것이다.

“오직 나와 내 집은 여호와를 섬기겠노라.”(수 24:15)

여호수아의 설교를 가훈으로 삼고 있는 이 가문은 한국교회사에 걸출한 인물도 다수 배출했다. 2대손 중 장남은 안광국(1909~1978)목사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 역사상 최초의 총회 총무 출신 총회장이 됐다. 3대손 가운데 안재웅(83) 목사는 아시아기독교협의회(CCA) 총무를 거쳐 한국YMCA전국연맹 재단이사회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안 장로는 “그동안 장로가 돼야 한다는 부담이 컸는데 이번에 그 짐을 덜었다”면서 “다만 막상 장로가 되고 보니 나 또한 신앙 선조들처럼 교회를 섬기고 가정을 복음으로 일궈야 한다는 거룩한 부담이 생겼다”고 고백했다. 안 장로는 “손자가 태어난 지 193일 됐는데 조만간 유아세례를 받을 예정”이라며 “다음세대로 복음을 전수한다는 기쁨이 크다”며 반색했다.

이 신앙의 후대들은 매년 안기수 장로 기일인 10월 3일이 되면 충북 보은의 선산에 모여 추모예배를 드린다. 모이면 늘 한목소리로 부르는 찬송 ‘주 안에 있는 나에게’(370장)의 가사는 이 가문의 또 다른 신앙 고백이자 믿음의 결단이다. “주 안에 있는 나에게 딴 근심 있으랴 십자가 밑에 나아가 내 짐을 풀었네… 내 앞길 멀고 험해도 나 주님만 따라가리.”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