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북극 한파와 폭설로 전국이 꽁꽁 얼었다. 체감온도가 영하 22도까지 떨어졌고, 서해안과 제주를 중심으로 최고 적설량 50㎝ 이상의 많은 눈이 내렸다. 전국 곳곳에서 항공·선박이 통제되고 교통사고, 계량기 동파가 발생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기상청에 따르면 21일 도시별 적설량은 전북 군산(말도) 40.1㎝를 최고로 충남 서천(춘장대) 33.4㎝, 충남 태안(근흥) 27.3㎝, 전남 영광(염산) 23.9㎝, 경북 울릉도 21.4㎝ 등이다. 제주 산간에는 53.1㎝의 큰 눈이 내렸다.
강풍까지 동반돼 항공기도 결항·지연됐다. 제주국제공항은 국내선 왕복 72편과 국제선 도착 3편, 출발 2편 등 총 77편이 지연 운항했다. 많은 눈이 내린 여수·광주·군산 노선 왕복 9편은 결항됐다.
해상에는 여객선 운항이 통제됐다. 전남은 여객터미널로 오가는 53항로 83척의 여객선 가운데 30항로 50척의 발이 묶였다. 전북은 군산~어청도 등 5개 여객선 항로가, 충남은 여객선 7개 전 항로가 끊겼다.
눈길 교통사고로 인명피해도 발생했다. 이날 오전 3시30분쯤 충남 당진시 신평면 서해안고속도로 서울 방면 229㎞ 지점에서 눈길에 미끄러진 고속버스와 화물차 등 9대가 연이어 충돌했다. 이 사고로 50대 버스 기사 1명이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고 10명이 다쳤다. 앞선 오전 2시10분쯤에는 충남 서천군 서해안고속도로 춘장 나들목 인근에서 화물차량이 중앙분리대와 가로등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제주도 한림읍 금악리에선 오전 8시46분쯤 차량끼리 충돌해 2명이 다쳤다.
전남에서는 전날 오후 1시26분쯤 무안~광주고속도로에서 차량 7대가 연쇄 추돌해 4명이 다쳤다. 같은 날 오후 9시5분쯤에는 광주 광산구 송정동에서 눈길에 미끄러진 차량이 40대 보행자를 치어 부상을 입혔다.
보행자가 빙판길에 넘어져 다치기도 했다. 제주 서귀포시 중문동과 제주시 봉개동에서 각각 1명의 행인이 눈길에 미끄러져 부상을 입었다. 한파로 수도계량기가 동파됐다는 신고는 총 87건이 접수됐다.
각 지자체는 눈길 교통사고와 탐방로 조난사고를 막기 위해 일부 구간에 대한 통제에 나섰다. 전북도는 남원 지리산 정령치 도로 12㎞ 구간 등 3개 노선, 구례군 지리산 도로 14㎞ 구간과 함평군 신해로 10.5㎞ 구간 등 5곳의 차량 운행을 통제했다. 제주도는 한라산을 가로지르는 516도로와 110도로의 차량 운행을 통제했다.
국립공원의 경우 계룡산·지리산·설악산 등 8개 공원의 탐방로 159곳이 통제됐다.
기상청은 전국을 강타한 한파가 22일까지 이어지다 23일 낮부터 평년기온을 회복하며 누그러질 것으로 예측했다. 제주도와 서해안 지역에는 눈이 더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제주 산간에는 최고 60㎝ 이상, 호남은 40㎝ 이상이 내리고 충남 서해안은 20㎝가 더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