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소득보장 정책 실험으로 꼽히는 서울시의 안심소득 시범사업 중간 조사 결과 지원 가구 21.8%의 근로소득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보장 제도는 근로 의욕을 떨어트린다는 인식과 반대되는 결과다.
서울시는 20일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서울 국제 안심소득 포럼’을 개최했다.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 같은 내용의 안심소득 1단계 시범사업의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지난해 7월 선정된 1단계 시범사업 참여 1523가구(지원 가구 484가구, 비교집단 1039가구)다. 설문조사는 안심소득 급여를 6개월 지원받은 시점인 지난 1월 실시했으며, 소득 기준 조사는 지난 11월 이뤄졌다.
조사 결과 지원 가구 484가구 중 104가구(21.8%)는 근로소득이 증가했다. 근로소득이 월 100만원 이상 증가한 가구는 49가구, 50만원 이상 증가한 가구는 65가구였다. 특히 23가구(4.8%)는 가구소득이 중위소득 85% 이상으로 증가해 더 이상 안심소득을 받지 않고 있다. 선정 당시 소득 기준인 중위소득 50%를 초과한 가구도 56가구(11.7%)로 조사됐다.
지원 가구의 식료품, 의료 서비스, 교통비 등 필수재화 소비는 각각 비교집단 대비 12.4%, 30.8%, 18.6% 증가했으며 자존감, 우울감, 스트레스 등 정신건강 또한 14.6%, 16.4%, 18.1%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서울시는 복지 사각지대 해소 및 소득격차 완화를 위해 지난해 7월부터 안심소득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안심소득은 중위소득 85%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중위소득과 가구소득 간 차액의 절반을 지원하는 제도다. 소득이 적을수록 더 많이 지원하는 ‘하후상박형’으로 설계됐다.
지난해에는 중위소득 50%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한 1단계 시범사업을 진행했고, 지원 가구 484가구(비교집단 1039가구)를 선정했다. 이들에게는 지난해 7월부터 3년간 안심소득이 지원된다.
서울시는 지난 7월부터는 중위소득 85% 이하로 2단계 지원 가구 1100가구(비교집단 2488가구)를 선정해 2년간 안심소득을 지원하기로 했다. 내년에도 안심소득 지원 가구를 확대할 방침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포럼에 앞서 DDP에서 에스테르 뒤플로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와 ‘복지 사각 및 소득격차 해소를 위한 새로운 보장제도 모색’이라는 주제로 특별대담을 가졌다.
뒤플로 교수는 20년간 40여개 빈곤국을 찾아다니며 빈곤 퇴치를 위한 연구 프로젝트들을 진행했다. 이 공로로 최연소이자 여성으로는 두 번째로 2019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뒤플로 교수는 “많은 경제학자는 일부의 사람이 일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위험성 때문에 일정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 도입에 대해 우려하지만 우려는 과장된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뒤플로 교수는 이어진 기조강연에서 “빈곤국의 경우 보편적 기본소득이 적합하지만 한국과 같이 지원 대상을 파악할 수 있는 행정 역량을 갖춘 국가는 선별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인도네시아 등 여러 국가에서 볼 수 있는 실험 증거에 따르면 안심소득이 사람들을 게으르게 만드는 효과는 없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이 실험 덕분에 빈곤 상태를 벗어나는 비율이 유의미하다고 하면 어느 대선 후보든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