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는 고아와 과부 등 사회적 약자를 돌볼 것을 권면한 구절이 많다. “그의 거룩한 처소에 계신 하나님은 고아의 아버지시며 과부의 재판장이시라.”(시편 68:5) 예수님은 현 시대의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이나 다름없었던 나사로·마르다·마리아 삼남매 등과 동행하시며 이들 곁에서 가족이자 친구로 동행하셨다.
올해 국민일보와 삼성이 공동 기획한 ‘자립준비청년에 희망디딤돌을’ 캠페인의 멘토링 사역에 부산 수영로교회(이규현 목사), 대구동신교회(문대원 목사), 전북 익산 기쁨의교회(박윤성 목사), 전남 순천 서로사랑하는교회(문재화 목사) 등 4개 교회가 참여하며 중추적 역할을 했다. 지역 교회를 거점으로 35명의 자립준비청년을 건강하게 세우는 사역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수영로교회는 캠페인에 참여하기 전부터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사역팀을 꾸리며 긍휼 사역에 적극적이다. 이규현 목사는 최근 국민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보육시설에서 성장한 자립준비청년들은 자신과 결연한 후원자 등 많은 엄마를 두고 있다. 엄마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청년들을 향한 관심과 사랑이 꾸준하지 못하다는 것”이라며 “교회는 수없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청년들이 기댈 수 있는 나무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올해 캠페인의 의미와 성과 등을 평가해주시면.
“자립준비청년에게 실제로 필요한 것이 재정을 넘어 관심과 사랑이라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고 일대일 멘토링으로 접근한 것이 의미 있다. ‘세상 밖’ 교회가 아닌 ‘세상 속’ 교회로서 이 사회의 가장 어둡고 낮은 이들을 돌보는 것은 당연하다. 일반 가정에서 보호받지 못하며 조금은 위축된 자립준비청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건강한 정체성을 확립하고 따뜻한 공동체에서 용납되는 것이 아닐까. 지역교회가 이들을 품는 거점이 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굉장히 의미 있는 시작이었다고 생각한다.”
-멘토링 사역에 참여한 수영로교회 이야기가 궁금하다.
“수영로교회에서 선발된 9명의 멘토는 지난 8월부터 정해진 횟수에 맞춰 멘토링을 실시했다. 몇몇 멘티들의 경우 부산과 떨어진 지역에 있어서 멘토링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멘토의 지속적 관심과 사랑으로 관계를 형성했다. 멘티의 개인적 상황을 듣고 도울 방안을 고민하고 함께 기도한 멘토들도 있다. 기대 이상으로 좋은 시너지 효과가 일어나고 있다고 본다.”
-자립준비청년들의 자립 요소를 꼽아주시면.
“경제적 자립을 위한 일자리와 다양한 훈련, 주거의 독립을 위한 안정적인 거주지 등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가장 중요한 요소는 건강한 자아 정체성의 확립이다. 부산 지역의 자립준비청년들을 위해 뭉친 예비 사회적기업인 ‘몽실’의 구성원들을 보면 후배들보다 크게 나은 상황이 아님에도 이 사역에 헌신적으로 참여한 모습을 봤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한가 생각했는데 몽실 구성원 중 90% 이상이 크리스천이었다. 복음 안에서 자신의 정체성이 분명하게 세워졌을 때 자신의 형편과 상관없이 다른 이들을 세우고 돕는 일에 헌신하게 되는 것이다. 먼저 복음으로 건강한 자아 정체성을 세웠을 때 진정한 자립을 할 수 있다.”
-캠페인에 참여하기 전부터 자립준비청년을 위해 관련 부서를 신설한 것으로 알고 있다.
“수영로교회엔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사역팀 ‘기대, 나무’가 있다. 이 이름에는 세 가지 의미가 있다. 사역의 진정한 팀장이신 하나님을 기대하고, 세상 속에 기댈 곳이 필요한 자립준비청년들의 나무가 되어주며, 우리에게 기댔던 청년들이 후배 청년들에게 기댈 만한 나무로 성장할 것을 기대하는 마음을 담았다.
올해 ‘기대, 나무’팀은 두 가지 방향성으로 사역했다. 내부적으로는 팀원들을 대상으로 교육하며 기도회를 진행했다. 외부적으로는 자립준비청년들과 직접 관계를 쌓는 사역을 했다. 예비 사회적기업 몽실과 연계해 이들의 사업을 지원했으며 새들원이라는 시설에서 여름성경학교도 진행했다. 내년에는 사역의 지경이 더 넓어져 청년들과 더 깊은 관계를 맺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자립준비청년 캠페인이 확산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자립준비청년들을 위한 여러 기업과 단체의 지원 정책이 많지만, 그 정보가 실질적으로 전달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 시설에서의 수동적 삶에 익숙한 자립준비청년들이 여러 지원을 신청해 혜택받는 과정까지 녹록지 않은 것 같다.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대상자의 상황을 주도면밀하게 파악해 맞춤정보 전달, 신청 과정의 간소화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자립준비청년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주시면.
“자립하는 것과 고독해지는 것은 결코 동의어가 아니다. 혼자서는 결코 일어설 수 없다. 서로 도와 함께 서야 하고 혼자 서지 못할 땐 기댈 만한 어깨를 내어줘야 한다. 여러분들이 굳건하게 설 때까지 수영로교회뿐 아니라 한국교회가 여러분들의 기댈 만한 나무가 될 것이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