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宋 구속’ 돈봉투 수사 속도… 현역 의원 어디까지 겨눌까

입력 2023-12-20 00:03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돈봉투 의혹의 정점인 송영길 전 대표가 구속되면서 검찰 수사는 돈봉투 수수자를 상대로 한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돈봉투 수수 의심을 받는 의원들의 혐의를 어느 범위까지 규명해낼지가 남은 과제다. 객관적 물증이 얼마나 확보됐는지, 모호한 태도로 일관했던 돈봉투 조성 관련자들의 태도 변화가 있을지가 향후 수사의 관건으로 꼽힌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는 최장 20일간 송 전 대표를 구속 수사하고, 돈봉투 수수자로 지목된 현역 의원 수사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검찰은 돈봉투가 살포된 것으로 의심되는 회의체를 특정하고 자금 경로 추적을 위한 수사를 진행해 왔다. 지난 7월에는 국회사무처를 압수수색해 현직 의원과 보좌진 등의 동선을 확보했다.

돈봉투 사건의 단초가 된 ‘이정근 녹취록’에 등장하는 의원들에 대한 조사가 먼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은 지난 10월 윤관석 의원 재판에 나와 2021년 4월 28일자 녹취록에서 언급된 ‘인천 둘’은 이성만·허종식 의원이고, ‘종성이’는 임종성 의원이라고 인정했다. 이 의원의 경우 앞서 윤 의원과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기각됐고, 허 의원과 임 의원도 지난달 2일 압수수색으로 강제수사 대상이 됐다. 돈봉투가 오간 것으로 의심되는 회의체 참석 의원 명단도 법정에서 공개된 상태다.

하지만 돈봉투 의혹 주요 관련자는 현역 의원 ‘살포’에 대해 불분명한 태도를 고수 중이다. 송 전 대표 보좌관인 박용수씨는 윤 의원이 돈봉투를 살포하는 장면을 목격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윤 의원은 전날 결심공판에서 ‘이용빈 김남국 윤재갑 김승남 의원에게 돈봉투를 나눠주려고 생각하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교부 관련이라 진술을 거부하겠다”고 답변했다. 2021년 4월 송 전 대표 지지모임 참석 의원 명단에 대해서는 “검찰은 21명을 제시했는데, 10명 정도가 왔다 갔다 했다”고 진술하면서도 ‘금품 제공 의원 명단 이름을 확정했느냐’는 질문엔 답을 아꼈다.

검찰 안팎에선 송 전 대표 구속을 계기로 관련자들의 태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법원이 송 전 대표 영장을 발부하며 “당대표 경선 관련 금품 수수에 일정 부분 관여한 점이 소명된다”고 밝힌 것도 검찰에 유리한 부분이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돈봉투 살포 부분을 함구해 온 관련자들의 머릿속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추가로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고 선처를 받자는 식의 태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내년 4월 총선이 임박한 상황이라는 점은 수사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검찰은 정치 일정과 관계없이 의혹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의원 범위가 특정되지 못한 상황에서 수사가 장기화할 경우 야당이 반발하면서 수사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차분히 수사를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임주언 신지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