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 악용에 다수가 피해” “교권 강화 추가하면 돼”

입력 2023-12-20 04:09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이 19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서울시의회의 학생인권조례 폐지 논의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권 회복 여론의 여파로 학생인권조례 폐지 절차가 현실화하면서 찬반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교육 현장에선 과도한 학생인권보호제도는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과 현재 조례에 교권을 강화하는 내용을 넣어 ‘개정’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등 전국 8개 시·도교육감들은 19일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의회는 학생인권조례 폐지 논의를 중단하라”며 공동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학생인권조례로 당연하다고 여겨졌던 체벌이 사라지고, 어떤 이유로도 학생을 차별할 수 없도록 해 이제는 학생도 당당히 교복 입은 시민으로 존중받게 됐다”며 “국민 기본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감들은 지금의 서울시의회 인권조례 논란이 국가의 미래와 교육의 발전에 결코 도움 되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인식을 같이한다”고 말했다.

8개 시·도교육감들이 공동 행동을 한 데에는 최근 전국으로 확산하는 학생인권조례 폐지 움직임 때문이다. 앞서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교권 추락이 사회적 쟁점이 되자,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추락의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학생의 책임 없는 권리만을 지나치게 강조해 교권 위축이라는 부작용을 가져왔다는 주장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교육부가 지난달 학교 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 예시안을 내놓으면서 학생인권조례를 시행 중인 전국 시·도의 폐지 움직임이 더욱 가시화됐다. 교육부 예시안에는 학생의 차별받지 않을 권리, 사생활의 자유, 휴식권 등 학생인권조례 중 오남용 사례가 많았던 내용이 모두 빠져 있다.

이미 충남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지난 15일 충남도의회 문턱을 넘어섰다. 서울 학생인권조례도 11년 만에 폐지 위기에 있다. 경기도, 광주도 현재 조례 폐지를 추진 중이다.

조례 폐지를 찬성하는 측은 일부 악성 학부모와 학생이 학생인권조례를 악용해 교권과 다수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말한다. 서울 지역 30대 초등교사 민모씨는 “과거와 달리 조례가 교육현장을 위축시키고 교육 정상화를 방해하고 있다”며 “학생 인권이 아니라 학교에 있는 모든 사람이 존중받는 ‘학교인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50대 초등교사 임모씨도 “사회적 규범을 가르칠 때 단호하게 가르쳐야 한다. 조례가 이를 방해했다”며 폐지를 옹호했다.

교권 보호 측면에서 조례 폐지가 능사는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학생인권조례가 가지는 장점은 살리되 교권 강화 내용을 넣은 개정만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교권침해 사건 이후 경기도교육청의 수사 의뢰로 명예를 회복한 경기도 파주 지산초 교사 김모씨는 “학생 인권과 교권은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다”며 “학생인권조례에 학생 권리뿐만 아니라 책무도 담는 등 교사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