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앤컴퍼니 경영권 분쟁… 주식시장은 차남에 베팅

입력 2023-12-20 04:03

한국앤컴퍼니(옛 한국타이어)의 경영권 분쟁의 승기가 차남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 쪽으로 기울고 있다. 아버지 조양래 명예회장과 ‘백기사’ 효성첨단소재가 19일 지분을 추가로 인수하면서다. 한국앤컴퍼니 주가에도 조 회장의 승리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남 조현식 고문과 손잡은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MBK)가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인 2만4000원에 근접하기는커녕 오히려 하락으로 전환돼서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앤컴퍼니는 전 거래일보다 1.53%(270원) 하락한 1만7430원에 마감했다. MBK는 이달 25일까지 한국앤컴퍼니 주식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있다. MBK는 공개매수를 통해 최소 20.35%에서 최대 27.32%의 지분을 확보해 과반 지분을 차지한다는 계획이다. 조 고문(18.93%)과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0.81%), 차녀 조희원씨(10.61%) 3남매의 지분과 합치면 50.7~57.67%로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하게 된다.

다만 시장 반응은 미지근하다. 이날 종가는 MBK가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보다 37.6%나 낮다. 통상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기업의 주가는 공개매수가에 근접하게 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MBK가 내건 조건 때문이다. MBK는 이번 공개매수 공시에는 목표로 한 최소 지분인 20.35%에 미치지 못하면 단 한주도 매수하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공개매수에 실패하면 경영권 분쟁 발생 전 주가인 1만원 초반대로 내려가 투자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주가에 반영됐다.

이미 차남인 조 회장 측이 확보한 지분만 상당하다. 이날 오후 조 회장에 힘을 싣고 있는 조 명예회장은 한국앤컴퍼니 지분 0.95%를, ‘백기사’로 나선 효성첨단소재는 지분 0.35%를 각각 추가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조 회장의 특수관계인 지분이 공식적으로 드러난 것만 46.53%다. 여기에 hy(옛 한국야쿠르트)가 보유한 1.5% 안팎의 지분도 조 회장이 확보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유통주식이 많지 않아 MBK가 지분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조 회장은 지난 14일 “경영권 방어에 대한 준비는 끝난 상황”이라며 경영권 방어에 자신감을 드러난 바 있다.

MBK는 조 회장 측의 시세조종 의혹을 제기하며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요청하는 등 반전을 꾀하고 있다. 아버지 조 명예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지분을 사들인 행위가 공개매수 방해에 해당하므로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를 조사해달라는 것이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