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검찰총장과 대검찰청 간부들이 지난 17일 12·12 군사반란을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을 함께 관람했다. 이 총장은 최근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검찰을 군내 사조직인 하나회에 비교하는 것에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19일 대검에 따르면 이 총장은 지난 주말 영화 관람 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남긴 후기에서 “우리가 누리는 민주주의는 국민 모두의 희생과 노력으로 어렵게 이룩한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며 “법치주의를 지키는 검찰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난 이 총장은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광주에서 살았고, 유년 시절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직접 겪었다고 한다. 그는 최근 야권이 검찰을 신군부에 빗대 ‘신검부’라고 비판하는 것에 대해 “신군부 세력을 비판적으로 생각했고, 같은 하늘 아래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라며 주변에 안타까움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장은 이프로스에 “‘하늘의 그물은 크고도 넓어서 성긴 듯하지만, 결코 놓치는 법이 없다’는 말이 떠오른다’”는 글도 남겼다.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천망회회 소이불루(天網恢恢 疎而不漏)’라는 구절을 인용해 어떤 범죄든 언젠가는 드러난다는 뜻을 전한 것이다.
이 총장은 1996년 사법연수원생 시절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재판을 직접 방청한 뒤 “‘성공한 내란도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것을 후대에 전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도 기고했다. 법정방청기는 사법연수생들이 자체 발간하는 잡지 ‘사법연수’ 여름 19호에 실렸는데 당시 편집장은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였다.
당시 27세였던 이 총장은 “무력으로 군권을 찬탈하고 국헌을 문란케 하여 정권을 장악한 후 민주주의 회복을 요구하는 시민의 저항을 총칼로 짓누른 내란세력은 반드시 처벌돼야 한다”고 적었다. 또 “재판 결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역사의 법정에서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후세들에게 남겨주는 작업”이라고 썼다. 서울의 봄은 1979년 12·12 군사반란을 다룬 영화로 18일 누적관객 수 900만명을 넘겼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