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 ‘4가지 반칙’ 철퇴… 공룡 독과점 폐해 막는다

입력 2023-12-20 04:04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19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플랫폼 경쟁촉진법 제정에 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네이버, 카카오 등 공룡 플랫폼에 대한 규제가 본격화된다. 정부가 플랫폼 기업의 시장독과점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플랫폼법) 입법을 추진하면서다. 소수의 플랫폼 기업을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해 자사 우대, 멀티호밍 금지(자사 플랫폼 사용자의 경쟁 플랫폼 이용을 막는 것), 끼워팔기, 최혜대우 등 4가지 반칙행위를 제한하는 게 규제의 핵심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9일 독과점 플랫폼의 시장질서 교란 행위를 차단하고 소상공인과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으로 플랫폼법 입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국무회의에서 “독과점화된 대형 플랫폼의 폐해를 줄일 수 있는 개선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도 “기득권과 독점력을 남용해 경쟁을 제약하고 소비자 후생을 저해하는 행위는 절대 용납될 수 없다”며 “정부는 온라인플랫폼 분야에서도 다른 플랫폼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행위, 플랫폼 내에서 소상공인을 부당하게 차별하는 행위, 소비자들의 권익을 침해해 독점적 이윤을 추구하는 행위에 대해 시정 노력과 함께 강력한 법 집행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위는 플랫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대형 플랫폼이 성장 초기인 경쟁사업자를 시장에서 몰아내는 반칙행위가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봤다. 기존 공정거래법으로는 이를 효율적으로 규제하기 어려워 플랫폼법 입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자사 가맹 택시의 우대 사례가 대표적인 독과점 플랫폼의 반칙 행위로 꼽힌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배차 알고리즘을 조작해 자사 가맹 택시에 호출을 몰아줘 경쟁사를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시켰다. 공정위는 2020년 관련 조사를 시작했지만 지난 2월에야 257억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플랫폼법 입법으로 사전규제가 가능해지면 이 같은 반칙행위를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플랫폼법은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 지정에 주안점을 뒀다. 공정위는 플랫폼 시장에 영향력이 큰 일부 사업자를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해 반칙행위를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구글, 메타 등 해외 플랫폼 사업자가 국내 시장에서 지배적 지위에 있다고 판단되면 이들 또한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될 수 있다.

공정위는 플랫폼 사업자들이 반칙행위를 했음에도 그 행위의 정당성을 입증할 때는 제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반칙행위가 이뤄졌음에도 경쟁 제한성이 없거나 소비자 후생 증대 효과가 있다는 게 증명되면 금지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그간 공정위에 주어졌던 입증 책임을 사업자에 넘긴 것으로 풀이된다.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되면 기존의 영업방식이 정당하다는 것을 입증하거나 영업 방식을 완전히 바꿔야 하는 셈이다. 그렇지 않으면 시정명령, 과징금 등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의 구체적 기준과 지정 주기 등은 미정이다. 다만 플랫폼법과 유사한 구조인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을 고려하면 연 매출, 시가총액, 이용자 수 등 정량 요소를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시장의 진입장벽, 시장의 구조 등 정성지표와 정량지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준을 마련하겠다”며 “관련 부처 협의와 당정 협의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세종=권민지 기자, 이경원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