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아나는 노후자금… 퇴직연금 깬 10명 중 8명 “집 때문”

입력 2023-12-20 00:02

지난해 약 4만9000명이 퇴직연금을 중도 해지했으며 이들의 약 78%는 주택 구입이나 임차 비용 마련을 위해 연금을 깬 것으로 조사됐다. 상당수 직장인이 주거 비용 마련에 부담을 느끼고 있음을 시사한다.

통계청이 19일 발표한 ‘2022년 퇴직연금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을 중도 해지한 직장인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9.0% 감소한 4만9811명이었다. 인출금액 역시 10.2% 줄어든 1조7429억원이었다. 적립 금액은 꾸준히 늘어 전년보다 13.7% 증가한 335조원이다.

퇴직연금 중도인출 사유를 ‘주택 구입’이라고 답한 인원은 2만3225명으로 46.6%였고 사유를 ‘주거 임차’라고 답한 사람은 1만5742명으로 31.6%였다. 합하면 78.2%로 10명 중 8명이 주거 문제로 노후자금의 ‘최후 보루’인 연금을 깬 셈이다.

중도인출 인원이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엄격해진 퇴직연금 해지 요건 때문이다. 정부는 직장인들이 퇴직연금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도록 중도인출 사유를 주택 구입이나 주거 임차 등으로 제한한다. 특히 2020년 4월 말부터 시행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의 영향으로 인출 사유 요건이 대폭 강화됐다. 통계청 관계자는 “2020년 이후 매년 중도인출 인원과 금액이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시장이 위축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주택 구입보다는 임차를 위해 퇴직연금을 깬 사람이 늘었다. 주택 구입 목적 중도인출 금액은 9698억원으로 전년보다 약 3000억원 감소한 반면 임차 목적 인출은 약 540억원 증가한 5095억원이었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