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생산자 ‘이인삼각’으로 농식품 수출 파고 넘는다

입력 2023-12-19 04:07
게티이미지뱅크

수출은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지만 최근 전쟁과 공급망 교란 등 대외 불확실성이 크다 보니 ‘과거보다 나은’ 성적표를 받기가 쉽지 않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5대 주력 수출품목 중 1~11월 누적 기준으로 전년 동기보다 수출액이 증가한 건 자동차와 조선, 일반기계 등 세 개뿐이다.

주력 산업 외 품목 중에선 농림축산식품부의 수출 신장세가 단연 눈에 띈다. 이날 농식품부에 따르면 1~11월 누적 기준 농식품 수출액은 82억7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4% 늘었다. 올해 전체로는 사상 최초로 90억 달러를 넘어설 것이 유력해 보인다. 사상 최대 수출액 기록을 쓴 지난해 88억2000만 달러보다 더 증가한 수준이다. 이 같은 성장세는 전 세계 식품산업 확대 추세와 유사하다. 2018~2021년 사이 세계 식품 제조업 규모는 연평균 2.1% 늘어났다.

다만 이는 정부가 세운 목표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농식품부는 지난 1월 업무보고를 통해 올해 수출액 목표치를 100억 달러로 잡았었다. 지난 6월 ‘4차 식품산업진흥 기본계획’에서는 2027년까지 수출액 150억 달러를 달성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까지 4년간 연평균 6.2% 성장했던 ‘활황’이 다시 와도 산술적으로 달성이 쉽지 않은 목표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정부와 생산자 간 협업이 더 긴밀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신규 시장 개척 면에서 지원을 하고 생산자는 현지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맞춤형 제품을 만드는 식으로 손발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검역 협상이 대표적이다. 가공식품의 경우 기업 차원에서도 시장 공략이 가능하다. 하지만 신선 농산물은 수출 검역 협상 타결 전에는 수출이 불가능하다. 이는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정부 차원에서만 해결할 수 있는 만큼 시장 확대의 열쇠도 정부가 쥐고 있는 셈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이날 기준 10개국과 15개 품목에 대한 수출 검역 협상이 진행 중이다. 미국과는 한국산 수삼과 고구마 수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인도와는 파프리카 수출 물꼬를 트기 위한 협상이 진행되는 등 국가별로 품목별 검역 통과가 필요하다. 협상 속도가 빠를수록 수출 확대도 빨라진다.

생산자 입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필수다. 4차 식품산업진흥 기본계획은 생산자 노력을 전제로 하고 있다. 농업인 차원에서는 주요 수출품인 딸기나 배 등과 관련해 수출국에 걸맞은 신품종을 개발하는 식이다. 가공식품 업계나 한식당이 한국산 식재료를 좀 더 많이 쓰도록 유도하는 것도 한국 농식품 수출 확대 대안으로 언급된다.

지난 10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슈퍼마켓 브랜드 ‘K마켓’에 한국산 양배추와 샤인머스캣, 김치 등이 진열된 모습. 하노이=신준섭 기자

현지 트렌드에 걸맞은 맞춤형 공략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있다. 이상현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농식품이 현지인을 공략할 수 있도록 저변 확대에 정부와 업계가 함께 힘을 쏟아야 한다”며 “K컬처가 세계에 잘 알려진 상황이니 이를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에서 간편식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그런 트렌드에 맞춘 시장 공략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