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는 집값, 둘째·셋째는 사교육비가 결정”… 저출산 원인 진단

입력 2023-12-19 00:02

첫 자녀 출산에는 주택 가격이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이지만 둘째와 셋째 출산에는 그 영향력이 줄어든다는 국책연구원의 보고서가 나왔다. 둘째 자녀부터는 사교육비 영향이 상대적으로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현재 인구 규모를 유지할 수 있는 대체 출산율(합계출산율 2.1명) 달성을 위해 다자녀 지원 기준을 2명 이상으로 통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18일 국토연구원의 ‘저출산 원인 진단과 부동산 정책 방향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첫 자녀 출산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은 주택 가격(매매와 전세 합산)과 사교육비다. 주택 가격의 첫 자녀 출산율 기여도는 30.4%, 사교육비 기여도는 5.5%였다.


반면 2명 이상의 자녀를 출산하는 경우 주택 가격의 영향은 줄고 사교육비 영향은 커졌다. 둘째 자녀 출산율 기여도는 주택이 28.7%, 사교육비가 9.1%였다. 셋째 자녀 출산의 경우 주택 가격 기여도는 27.5%까지 하락한 반면 사교육비 기여도는 14.3%까지 올랐다. 자녀가 늘어날수록 주택 가격보다 사교육비가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토연구원은 2009~2022년 출산율과 주택 및 전세 가격, 사교육비, 경제성장률, 실업률, 1인당 소득증감률, 여성 경제활동참가율 등을 활용해 출산율 결정 요인 분석을 했다.

미래 출산율에도 집값의 영향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는 2023~2028년 출산율에는 주택 가격이 가장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봤다. 이후 2029~2034년에는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출산의 주요 결정 요인으로 꼽았다. 단기적으로는 결혼·출산 적령기 가구의 주거 안정을 꾀할 수 있는 주거 정책이, 장기적으로는 여성이 일하면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고용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출산율 회복을 위해서는 인식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3~2034년 미래 첫 자녀 출산 요인 분석에선 출산율의 자기상관성(아이를 낳지 않는 사회 분위기에 영향을 받는 정도)이 70%를 넘었다. 보고서는 “출산율 1명을 회복하기 위해선 자녀를 낳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해소돼야 함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둘째 자녀와 셋째 자녀의 출산 결정 요인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봤다. 이에 다자녀 기준을 3명보다는 2명으로 통일해 지원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부가 지난 8월 공공분양주택 다자녀 특별공급 등에 적용되는 다자녀 기준을 자녀 2명으로 완화했지만 여전히 대학등록금 면제 등 일부 지원은 셋째 자녀부터 적용되고 있다.

‘합계출산율 1명 회복’과 같이 구체적인 출산율 목표를 설정해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제안도 보고서에 담겼다. 박진백 국토연 부연구위원은 “일단 첫 자녀를 낳을 수 있도록 지원을 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정책 목표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