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탄력붙은 교권보호… 학부모 ‘묻지마 신고’ 뚝

입력 2023-12-19 04:08
서울 서이초등학교 사망 교사 49재인 지난 9월 4일 교내 고인의 근무 교실에 꽃이 놓여 있다. 뉴시스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학교폭력 신고 건수가 직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교권보호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자 ‘일단 신고하고 보자’ 식의 학부모 신고 남발이 줄어든 영향으로 보인다.

국민일보가 18일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18일 서이초 교사 사건 발생 직후인 8월 한 달간 접수된 학교폭력 신고 건수는 3676건으로 전월 6617건보다 44.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학 기간(8월)에 통상적으로 학교폭력 신고가 줄어드는 추세를 고려해도 이례적인 감소 폭이다. 9~10월에도 4000건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올 1학기 중 학교폭력 신고 건수 6000~7000건에 비해서도 낮은 수치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 교수는 “과거 교사들이 약자의 자세에서 학부모 민원이나 학교폭력 신고를 수용했다면 이제는 학부모가 무리하게 요구하면 처벌 대상이 되는 상황으로 바뀐 영향”이라고 말했다. 학부모 악성 민원의 상당수가 학교폭력 관련 사안인데, 신고하기 전 학부모들 스스로 한 번 더 점검하고 자제하려는 경향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교사가 악의적 보복 신고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긴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황수진 교사노조연맹 정책실장은 “그동안 학교폭력은 심각한 수준의 청소년 범죄가 아니라 부모들 간 싸움인 경우가 많았다. 중간에 교사가 껴서 ‘너는 뭘 했냐’ ‘왜 편을 드냐’ 식의 민원에 시달렸다”며 “이제 교사가 적극적으로 상황에 개입하고 생활지도가 가능해지면서 학교폭력으로 번지기 전에 중재할 수 있게 된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으로 학부모가 지나치게 위축된 상황으로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교수는 “과거엔 학부모가 교사에게 너무 무리하게 요구했다면 지금은 위축됐다고 볼 수 있는데 시간이 흐르면 중간점을 찾을 것”이라며 “소통 방법을 학교가 일방적으로 전환할 게 아니라 학부모와 협의해 원칙을 세우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신영 나경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