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종군기자가 렌즈에 담은 ‘그때 그 서울’

입력 2023-12-19 18:56
‘창경궁 벚꽃놀이 돗자리 세놓음’(1954). 서울역사박물관 제공

1945~1965년 그때 그 서울을 기억하시나요?

서울역사박물관이 6·25전쟁 종군기자이자 다큐멘터리 사진가 임인식(1920 ~1998) 기증 사진으로 꾸린 특별전 ‘그때 그 서울’전을 한다. 기증받은 사진 1000여 점 중 한국 현대사의 격변기에 촬영된 희귀 사진 140여 점이 나왔다.

임인식은 평북 정주에서 중국과 무역을 하는 집안에서 태어났기에 일찍부터 신문물에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사진과 인연을 맺었다. 20대 시절인 1944년 서울로 이주하고 용산 삼각지 부근에서 ‘한미 사진 카메라’점을 운영하면서 본격적으로 서울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1945년 광복 직후 서울의 풍경, 1947년 대한민국의 정부수립기념식 등 역사적인 장면을 사진에 담았다. 1948년 육군사관학교 8기 특별 2반으로 입교해 소위로 임관한 후 6·25전쟁 종군기자로 전쟁 초기 서울시민의 피난 장면, 9·28서울수복 직후 서울의 모습, 1·4후퇴까지 전쟁의 모든 과정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1952년 육군 대위로 예편한 뒤부터 ‘대한사진통신사’를 설립해 정부 주요 행사를 포함한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충실히 카메라에 담아 방대한 분량의 사진을 남겼다.

전시에서는 전쟁의 상흔 속에서도 삶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은 서울 사람들의 이야기, 1950년대 서울 항공사진을 비롯한 고궁, 한강, 남대문시장, 골목길 등 당시의 시대적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다양한 모습도 만날 수 있다. 특히 19 54년부터 1956년까지 촬영한 항공사진은 임인식이 신설동 경비행장에서 L-19 비행기를 타고 직접 촬영한 것으로 민간인이 촬영한 최초의 항공사진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밖에 임인식이 생전에 사용하던 카메라, 일기장, 신분증, 각종 팜플렛 등도 공개된다. 전시는 내년 3월 10일까지.

손영옥 문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