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들린 한전, R&D 예산 절반만 집행… 올 2043억 그쳐

입력 2023-12-19 04:06
사진=뉴시스

한국전력공사가 3분기까지 연구·개발(R&D) 예산의 절반가량만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이 재정난 속에 R&D 집행 규모를 계속 줄이면 국가 미래를 위한 에너지 기술 개발이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3분기까지 한전은 R&D 예산을 2043억원 집행했다. 올해 R&D에 배정된 총예산 4201억원의 절반가량이다. 최근 수년간 한전의 R&D 총예산과 집행액 차이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2021년과 지난해엔 각 4554억원의 R&D 예산이 배정됐는데 이 중 3736억원, 3458억원만 집행됐다. 예산을 1000억원 가까이 남긴 것이다. 2021년부터 불거진 재정난 탓이라는 게 한전 측 설명이다. 지출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배정된 R&D 예산도 다 집행하지 않고 남겨 재정난을 메우는 데 사용했다는 것이다.


국내 최대 에너지 공기업인 한전은 재생에너지 출력제어 완화를 위한 계통 연구, 전기차 충전 인프라 등 에너지 신산업과 탄소중립 대응을 위해 R&D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한 에너지 기술 개발도 한전의 R&D 과제 중 하나다. 한전이 R&D 예산 집행 규모를 줄이면 에너지 기술 확보에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양질의 전력 공급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한전은 최근 김동철 사장과 산업통상자원부가 맺을 예정인 경영성과 협약을 이사회에 상정했다. 협약에 따르면 김 사장은 임기 내 한전의 재무 위기를 극복하고 재정 건전성을 회복해야 한다. 에너지 신기술 확보 여부도 평가 항목에 포함됐다. 김 사장이 한정된 예산으로 동시에 달성하기 어려운 두 개의 목표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도 한전 등 에너지 공기업의 R&D 사업을 독려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섰다. 기존에는 최근 3년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하는 등 재무 구조가 악화한 경우 R&D 행정절차 간소화 등의 특례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이를 개정해 공기업에 한해 특례 평가지표에서 재무 건전성을 제외했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