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집단에 속한 공익법인이 가파르게 늘어 200개를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더 넓은 개념인 비영리법인의 수는 491개에 달했다. 이들이 계열사의 주주 노릇을 하며 기존의 지배구조에 힘을 실어준 정황도 드러났다.
18일 공정거래위원회가 공개한 ‘공시대상기업집단 비영리법인 운영현황’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공시대상기업집단 82개 중 69개가 공익법인 215개를 보유하고 있다. 5년 전인 2018년 조사와 비교하면 보유 집단(51→69개)과 공익법인 수(165→215개)가 모두 대폭 증가했다. 올해 조사에서 처음 집계한 비영리법인의 경우 78개 집단이 모두 491개 비영리법인을 보유하고 있다.
비영리법인이란 학술·종교·자선 등 수익이 목적이 아닌 사업을 위해 만들어진 법인을 뜻한다. 이 중에서도 교육·복지 등 공익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이 공익법인이다. 문제는 대기업집단이 이들을 거느릴 경우 총수 일가의 지배력 유지 및 경영권 승계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계열사 주식 보유를 통한 의결권 행사가 대표적이다. 지난 5월 기준 비영리법인 96개가 계열사 161곳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중 71.5%가 계열회사의 주주총회에 참석해 의결권을 행사했다. 총회에서는 소액주주가 내놓은 안건에만 반대표를 던져 찬성 비율이 94.1%에 이르렀다. 경영진의 ‘거수기’ 노릇을 한 셈이다.
삼성·엘지·포스코 등 13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한 공익법인도 지난해 12월 30일부터 4개월간 223차례 의결권을 행사했다. 현행법은 이들 집단의 공익법인을 통한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고 있다. 다만 공정위는 이 중 190건은 적법한 행사였다고 봤다. 공익법인이 계열사의 발행주식 100%를 소유한 경우 등의 예외 규정에 해당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2018년 조사와 비교하면 운영 실태가 소폭 개선됐다고 평했다.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사 수가 평균 1.8개에서 1.72개로 줄었고, 총수 일가나 계열사와 내부거래를 한 공익법인도 100개에서 83개로 감소했다는 취지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