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 내리는데 변동금리는 정반대… 주담대 ‘이상한’ 이자 동행

입력 2023-12-19 04:05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고정금리는 내리는데 변동금리는 오르는 이례적인 상황에 대출한 사람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시장 상황이 금리에 반영되는 시차 탓에 벌어진 일인데, 두 금리가 엇갈리는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 주담대 고정금리는 하단 기준으로 연중 최저점을 기록하고 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담대 고정(혼합)형 금리는 이날 기준 연 3.39~5.52%로 집계됐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13일(현지시간) 내년 세 차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통화 긴축 정책 종료 기대감이 시장에 선반영된 탓이다. 국내 주담대 고정금리의 준거금리가 되는 은행채 5년물(무보증·AAA) 금리는 지난 14일 3.811%로 하루 만에 0.235% 포인트 급락했다.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지난 6월 4%대로 올라선 이후 지난달 말 6개월 만에 3%대로 떨어졌다. 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 인하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반면 주담대 변동금리는 거꾸로 움직이고 있다. 이날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연 4.52~6.23%로 고정금리보다 상하단이 모두 1% 포인트 이상 높았다. 시장 상황을 즉각적으로 반영하는 은행채 금리와 달리 변동금리의 준거금리가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지수)는 한 달에 한 번만 발표돼 시장 상황을 상대적으로 천천히 반영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코픽스는 지난 9월부터 3개월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5일 발표된 코픽스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한 달 전보다 0.03% 포인트 오른 4.00%를 기록하며 또다시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코픽스 산정에 영향을 미치는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하락하는 것으로 볼 때 향후 코픽스도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주담대 변동금리는 한동안 고정금리와 격차를 더 벌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향후 금리가 내려간다고 해도 기존 변동금리 차주는 6개월이나 1년에 한 번 금리가 재산정되므로 일정 주기가 돌아와야 금리 인하 효과를 체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리 인하 기대감 속에서 발 빠른 차주들은 벌써부터 고정금리 대신 변동금리를 선호하는 모습도 일각에서 포착된다. 당장은 변동금리가 더 높아 이자 부담이 클 수 있지만 본격적인 금리 인하 국면으로 접어들면 대출 금리가 고정금리보다 더 빠르게 떨어지면서 유리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예금은행의 신규 주담대 중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지난 10월 신규 취급액 기준 67.2%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75.2%) 대비 8.0% 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지난해 11월(65.0%)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비중이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