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상관(illusory correlation)은 어떤 대상들 혹은 사람들 간에 실제로 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관계가 있는 것처럼 지각하는 현상을 뜻한다. 예를 들어 게임 이용과 불안, 우울 간의 관련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이 착각상관의 사례로 볼 수 있다.
게임을 많이 하는 사람들 특히 청소년들은 불안이나 우울과 같은 정신건강과 상관이 높다는 연구 결과들은 흔하다. 이런 결과를 접하면 게임이 청소년들의 불안과 우울을 증가시킨다는 인과적 해석이 자동적으로 나온다. 그런데 반대로 해석하는 일은 드물다. 예를 들면, 불안과 우울이 높은 청소년들이 게임을 통해서 불안과 우울을 경감시키거나 어려운 시기를 잘 견뎌내도록 도와줄수도 있다는 해석 말이다.
실제로 이런 연구가 있었다. 2019년 영국 요크대 연구팀은 95명의 게이머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해서 인생의 힘든 순간 게임의 역할에 대해서 6가지 주제를 밝혔다. 그 결과 게임은 힘든 상황을 잊게 해주는 일종의 휴식처 기능이나 다른 사람과의 연결 공간을 제공해준다는 의견 등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드라마틱한 주제는 삶의 목적의식을 제공해줘 자해나 자살과 같은 파괴적 행동을 막아주고, 우울증과 외로움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구명보트’의 역할을 했다는 것이었다.
삶의 난관을 이겨내는 수단으로 게임에 과몰입하는 것은 그 난관에서 벗어나는 순간 게임 과몰입도 해소되는 경향이 있다. 2023년 5월 발표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2 게임이용자 패널 연구(3차년도)’에 의하면 2차년도 게임과몰입군으로 분류되었던 응답자들이 특별한 치료나 개입이 없는 상태에서 선용군이나 일반군으로 모두 이동했다는 결과가 보고됐다. 물질중독이나 도박과 같은 행동중독의 지속율이 70~90%라는 점을 고려하면 게임 과몰입을 중독행동의 범주에 포함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셈이다.
최근 청소년들의 불안과 우울의 증가는 국내외를 가릴 것없이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서 미국 사회심리학자 하이트 교수는 ‘자유놀이’, 특히 신체활동 놀이의 감소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낯선 이와 접촉을 통한 유괴나 범죄를 비현실적으로 두려워하게 된 점, 대학 입학 경쟁이 과열된 점, 학교 시험이나 공부를 더 강조하게 된 결과가 자유놀이의 감소로 이어졌고, 자유놀이를 통해 체득해야 할 사회성, 갈등해결 기술과 같은 문제해결능력을 보유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늘어난 것이다. 이들에게 사회가 더 위협적이고 불안한 곳으로 인식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불안한 이들에게 게임은 차선책으로 선택할 수 있는 온라인 자유놀이라고 할 것이다. 현실에서 접하기 어려운 사회성과 갈등해결 기술을 간접적으로 익힐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그렇다.
청소년들의 정신건강 차원에서 게임과몰입을 질병으로 만드는 것은 게임 밖의 사회 뿐 아니라 게임 속에서 조차도 이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역효과가 예상된다. 또한 청소년들이 삶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수단 중 하나를 없애는 절망적인 결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진정으로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을 걱정한다면 게임이 아니라 게임 말고 신체적이고 사회적인 놀이들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조건과 사회적 분위기를 먼저 만드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이런 조치가 없이 질병코드라는 이름으로 게임을 막거나 감시하는 것은 게임을 빼고 할 것이 없는 우울하고 불안한 청소년들을 벼랑끝으로 떠미는 것과 다름없다. 그 의도가 어떻든 상관없이 말이다.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