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서울다솜관광고등학교 교문에 들어서면 빨간색 등대 하나가 보인다. 등대에 새겨진 ‘너의 등대가 되어줄게, 세상을 향해 도전하렴(We’ll be your lighthouse, go to the world)’이라는 문구가 등교하는 학생들을 반긴다. 다문화 가정의 학생 103명은 이 문구를 보면서 꿈을 키우고 있다. 서울다솜관광고는 서울시교육청에서 전국 최초로 만든 공립 다문화 대안학교다. 심각한 저출산으로 이민청 도입 논의에 속도가 붙는 상황에서 다문화 학교는 가본 적 없는 길을 앞서 걷고 있다.
새해를 앞두고 다문화 학생들이 꾸민 ‘소망 트리’엔 건강, 다이어트, 대학 합격과 같은 소원들이 각국 언어로 빼곡하게 적혀 있다. 자신을 ‘집순이’라고 소개한 김하윤(19) 양의 꿈은 대학을 마친 뒤 베트남으로 돌아가 사업을 하는 것이다. 최근 베트남에서 한국인들이 다양한 사업에 뛰어드는 걸 보면서 결심했다고 한다. 한국어와 베트남어를 동시에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장점으로 꼽았다.
다문화 학교는 한국어 능력이 부족한 학생을 위한 수업을 정규 과정에 포함하고 있다. 지난 14일 한국어 수업에선 속담을 주제로 하는 발표가 있었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라는 속담과 비슷한 의미를 지닌 여러 나라 속담을 친구들에게 알려주는 자리였다. 몽골 학생은 ‘수학자도 수학을 틀릴 때도 있다’, 중국 학생은 ‘사람도 넘어지고 말도 넘어진다’라는 속담을 소개했다. 모국어로 속담을 쓰고 한국어로 해석을 달기 때문에 한국어와 모국어를 함께 공부할 수 있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언어환경 차이로 수업 진행이 쉽지 않다고 한다. 김영은(31) 교사는 다문화 학생을 가르치면서 가장 어려운 점으로 의사소통을 꼽았다. 김 교사는 “수업을 하면서 전문용어가 영어로 나오면, 한국어와 학생들 모국어로 다시 설명을 해줘야 이해하는 때도 있다. 다르게 받아들이는 사례도 있어서 오해하지 않게 설명하려면 천천히 여러 번을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문화 학교가 다양한 배경을 지닌 학생들의 ‘용광로’로 자리를 잡으려면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민청이 설립되고 다문화 가정의 학생이 더 많아진다면, 다문화 학교가 지나온 발자취는 뒤따라 오는 교사와 학생들에게 새로운 길이 될 것이다.
글·사진=최현규 기자 frost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