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은 내년 8월에 있을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 연합훈련에서 처음으로 핵 작전 연습에 돌입한다. 한반도 전면전 상황을 가정한 한·미 연합훈련에서 북한의 선제 핵 공격에 대응해 미국이 핵 보복을 가하는 시나리오가 포함된 적은 지금까지 한번도 없었다.
그동안 한·미는 북한 핵 사용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을 가정하면서도, 북핵 위협을 억제하는 연습을 해왔다. 북한이 핵을 사용할 가능성이 커질 때 외교적 수단을 활용하거나, 항공모함과 전략폭격기 등을 동원해 군사적 압박을 가하는 개념이었다. 그러나 최근 북한 핵 위협이 점차 고조되면서 북한이 핵을 사용한 후 미국이 핵을 북한 지역에 투하하는 상황까지 연습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가 연습할 핵 작전 시나리오에는 북한 선제 핵 공격에 대한 대응 방안이 포함된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가진 특파원 간담회에서 “그전에는 북한 핵 공격시 미국이 알아서 핵 보복을 해줄 테니 안심하라는 핵우산(개념)이었다면 이제는 한·미가 처음부터 같이 생각하고 준비하고 연습하고 같이 실행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차장은 이어 미국의 핵전력 및 한국의 비(非)핵전력간 결합 문제와 관련해 “공동 작전 수행이 가능할 정도로 한반도에 적용 가능한 핵전력과 비핵전력의 합치 및 운용 개념에 대해서 계속 구체화해 나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 차장이 8월 UFS를 언급한 건 정부도 함께 참여하는 훈련에서 한·미가 핵 작전 시나리오를 처음으로 연습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한 전구(戰區 : 독자적으로 전투를 수행하는 구역)급 한·미 연합훈련은 3월에 열리는 ‘자유의 방패(프리덤실드·FS)’와 8월에 개최되는 UFS 연습이 있다. FS는 한·미 양국 군만 참여하고 UFS는 정부 기관도 참여한다.
한·미는 북한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대응해, 확장억제 강화를 위한 미군 전략자산 전개 횟수도 계속 늘릴 것으로 보인다. 확장억제는 미국이 핵무기를 포함한 전력으로 동맹국을 보호한다는 의사를 명확히 함으로써 적대국이 공격하지 못하게 하는 개념이다. 올해 미군의 전략자산은 한반도 인근에 총 17회 전개됐다. 5회 전개된 지난해와 비교하면 3배 이상으로 늘어난 수치다.
특히 지난 7월에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20발 안팎을 장착할 수 있는 미 해군 전략핵잠수함(SSBN)이 1981년 3월 이후 42년 만에 국내 입항했다. 김 차장은 “앞으로 핵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가 확장억제의 강화와 맞물려서 체계적으로 같이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김 차장은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제2차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에 참석한 뒤 17일 인천국제공항 귀국길에 취재진을 만나 “(한·미 핵전략 기획·운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에는) 핵 작전을 같이 집행해나가는 데 있어서 필요한 연습과 실전 교본,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체계 등 모든 것이 망라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