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추락 중인 출산율을 반등시키기 위해 ‘인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만들어 코로나19 위기처럼 대응하자는 제안이 정부 내에서 나왔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17일 “위기극복을 위해 사회적 경각심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며 “전문가들의 제안을 반영해 과감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복지부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지난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전문가 자문회의를 개최했다. 저출산 위기 경고가 커지면서 이례적으로 회의를 전체 공개했다. 회의를 주재한 이기일 복지부 제1차관은 ‘재앙 낳는 출산율’이라는 제목의 국민일보 기사(2023년 12월 15일자 1면)를 언급하며 “정부도 돈을 써왔지만 (합계출산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것은 정책이 크게 잘못됐다는 판단이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현장에서 만나보면 ‘키울 여건을 만들어 달라’는 청년들의 절규가 있다. 기성세대가 반성할 몫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전날 통계청은 저출산 심화로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0.78명에서 감소하다 2025년 0.65명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장래인구추계를 내놨다.
이 차관은 ‘인구 중대본’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는 “코로나19 때 모든 부처와 국민이 중대본으로 하나가 돼서 대책을 세웠듯이, 인구 중대본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날마다 (인구 위기 상황을) 챙겨보고 대책을 세워야만 한다”고 말했다.
홍석철 저고위 상임위원도 “어떤 정책을 만드느냐에 따라 추계 또한 달라질 수 있다”며 “내년을 ‘출산율 반등 원년의 해’로 두고 연내 필요한 정책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책 대상인 청년 특성을 파악해야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진미정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10년 전 청년층과 지금의 청년층은 세대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며 “기성세대가 ‘국가적 위기’라고 해도, 청년들은 ‘아이 낳으면 큰일 나겠다. (다들 적게 낳아 부양 인구가 부족하니 내가 아이를 낳으면) 우리 아이만 뒤집어쓰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전달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현철 홍콩과학기술대 경제학과 교수는 “스카이(서울대·고려대·연세대) 중심의 학벌주의, 의대 프리미엄 등으로 노동시장이 경직됐다”며 “상대적으로 낮은 학력의 사람들은 낮은 소득에 노출되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핵심이 ‘일·가정 양립’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동시장 개혁은 물론 교육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