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민 1명이 세금과 4대 보험, 국민연금 등의 명목으로 내는 돈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OECD가 공개한 ‘2023년 세입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국민부담률은 2010년 22.4%에서 2022년 32.0%로 12년 사이 9.6% 포인트 올랐다. 2위 그리스(8.7% 포인트)보다 0.9% 포인트 높은 OECD 내 최고 증가율이다. 같은 기간 OECD 평균 국민부담률은 31.5%에서 34.0%로 2.5% 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국민부담률이란 국세·지방세 수입에 사회보험 납부금, 공적연금 기여금으로 구성되는 사회보장 기여금을 더해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값이다. 국민이 실질적으로 부담하는 조세·준조세 비용이 경제 규모 대비 어떤 수준인지를 나타낸다.
상승세의 가장 큰 동력은 개인소득세수였다. 한국의 GDP 대비 개인소득세수 비중은 2010년 3.2%에서 지난해 6.6%로 3.4% 포인트 올랐다. 법인소득세수의 비중도 2021년 3.8%에서 지난해 5.4%로 올랐다. 다만 지난해의 급격한 상승세는 ‘역대급’ 기업 호황이 낳은 특이 사례로 풀이된다.
다음으로 지분이 컸던 항목은 사회보장 기여금이다. 사회보장 기여금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5.2%에서 지난해 8.2%로 12년 사이 3.0% 포인트 늘었다. 꾸준히 증가한 사회보험 가입자 수와 매년 오르는 건강보험료율의 영향이다. 기존에도 OECD 평균을 웃돌았던 재산세수는 비중이 더 높아졌다. 종합부동산세와 상속·증여세, 증권거래세를 아우르는 한국의 재산세수 비중은 2010년 2.5%에서 지난해 3.8%로 1.3% 포인트 늘었다.
다만 한국의 국민부담률은 여전히 OECD 평균보다 2.0% 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향후 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해 재정 여력을 추가로 확충할 여지가 남아 있다는 뜻이다. 부가가치세·개별소비세 등 소비과세의 GDP 대비 비중은 2021년 6.9%로 OECD 평균인 10.7%를 한참 밑돌았다. 그간 증가세가 두드러진 개인소득세수도 기존 비중이 워낙 낮았던 탓에 OECD 평균(2021년 8.3%)에는 미치지 못했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먼저 고령화를 겪은 OECD 선진국도 재정 여력을 충당하기 위해 소득세와 부가가치세 중심 증세로 재원을 마련했다”며 “정부도 소득세·부가세 세수 확대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