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RA 세부 지침 발표에… 배터리 ‘환영’ 태양광 ‘걱정’ 정유 ‘당혹’

입력 2023-12-18 04:03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윤곽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한국에선 산업 분야 별로 표정이 엇갈린다. 배터리용 분리막·전해질 기업들은 생산하는 제품이 세액공제 대상에 새로 포함되는 호재를 맞았다. 태양광 업계는 여전히 남아있는 중국 기업의 IRA 수혜 가능성에 주목하며 우려를 드러낸다. 석유 기반 항공유에 강점이 있는 정유업계는 미국이 지속가능항공유(SAF)에 정책 혜택을 주기로 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최근 IRA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 관련 잠정 가이던스를 발표했다. 이는 AMPC의 대상 품목, 적용 상황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한 세부 지침이다. AMPC는 첨단제조 기술이 필요한 제품을 미국에서 생산·판매하면 혜택을 주는 제도다.

국내 전해질, 분리막 기업들은 이번 발표를 반긴다. 미국은 AMPC 적용 대상인 ‘전기 화학적 활성 물질’이 무엇인지 정의하며, 세부 적용 물질로 전해액과 분리막을 명시했다. 그간 미국 정부는 배터리 관련 AMPC 지급 대상을 셀과 모듈로만 한정했었다. 지난 1월 발표한 IRA 안내서에도 전해액과 분리막은 없었다. 이번 발표로 미국 조지아주에 생산공장이 있는 전해질 기업 엔캠은 빠른 시일 내에 AMPC 수혜를 볼 수 있다. 동화일렉트로라이트(전해질)와 SK아이이테크놀로지(분리막)는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됨에 따라 각각 미국에서의 시제품 양산과 북미 공장 건설 추진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태양광 업계는 ‘기대 반 우려 반’이다. 한국 기업이 미국에서 생산한 태양광 제품 중 셀은 W당 4센트, 모듈은 W당 7센트의 세액공제를 받게 된다. 하지만 ‘저가 공세’를 펴는 중국에 대한 배제가 배터리 분야만큼 확실하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산을 미국 시장에서 배제하는 수단인 IRA의 해외우려집단(FEOC) 규제는 전기차 보조금 관련 조항(30D)에만 적용되고, AMPC 관련 조항(45X)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중국 태양광 기업도 IRA 정책 수혜 대상이 될 가능성이 남아있는 것이다. 대니 오브라이언 한화큐셀 미국법인 수석부사장은 “45X 조항은 미국 태양광 제조를 촉진하는 중요한 단계”라면서도 “미국에서 태양광 업계가 직면하고 있는 극심한 시장 과제를 고려할 때 장기적인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정유업계는 친환경 전환이 급해졌다. 미국 정부는 SAF를 생산·사용·판매하는 납세자에게 IRA 세액공제를 제공하기로 했다. SAF는 옥수수, 사탕수수, 폐식용유, 동물성 지방 등을 재활용한 원료로 생산하는 항공유다. 재무부는 화석연료 기반 항공유와 비교해 탄소배출을 50% 이상 줄인 SAF에 1갤런당 1.25~1.75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문제는 미국이 수입하는 석유 기반 항공유의 절반 이상이 한국산이라는 점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일 평균 12만 배럴의 석유 기반 항공유를 수입했는데 이중 한국산이 6만4000 배럴이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세계 최대 시장을 포기할 순 없다”며 “추진 중인 SAF 사업에 더욱 속도를 붙일 것”이라고 말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