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스파이, 벨기에 극우 정치인 매수해 서방 분열 기도”

입력 2023-12-18 04:07

중국 정보기관 소속 스파이들이 벨기에 극우 정치인을 3년 이상 매수해 서방 분열 작전을 시도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프랑스 르몽드, 독일 슈피겔이 합동 취재를 통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 매체에 따르면 중국 국가안전부(MSS) 소속 대니얼 우는 서방 각국 및 유럽연합(EU)의 중국 관련 문제 논의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프랑크 크라이엘만 전 벨기에 상원의원을 공작원으로 활용했다. MSS는 ‘중국판 CIA(미 중앙정보국)’로 불리는 방첩·정보기관이다.

크라이엘만은 1999년부터 8년간 벨기에 연방 상원의원을 지냈고, 현재는 북부 플랑드르 의회 명예의원이다. 극우 정당인 ‘플람스 벨랑(Vlaams Belang·플랑드르의 이익)’ 소속이었으나 이번 의혹 제기로 제명됐다.

FT는 “우가 영향을 미치려 한 사안은 중국의 홍콩 민주화운동 탄압에서부터 신장 위구르족 박해에 이르기까지 인권 문제뿐 아니라 중국의 경제적 이익에 관한 것까지 방대했다”고 전했다.

FT에 따르면 우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의 베이징 방문 직전이던 2022년 말, 우파 유럽의회 의원 2명이 “미국과 영국이 유럽 전체의 에너지 안보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발언하도록 설득하라고 크라이엘만에게 요구했다. 그러면서 우는 크라이엘만에게 “우리 목적은 미국과 유럽의 관계를 분열시키는 것”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우는 2021년 문자메시지에선 중국의 위구르족 구금을 밝히는 데 도움을 준 독일 연구자 아드리안 첸츠를 공격하라는 임무를 MSS로부터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FT는 “문자메시지에는 크라이엘만이 우에게 도움을 주는 대가로 얼마의 돈을 받게 될지에 대한 대화도 나왔다”며 “이번 사건은 중국 정부가 어떻게 전 세계 여론을 조종하려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는 EU 집행위원회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여러 국제기구가 모여 있다. 벨기에 주재 중국대사관은 우 관련 사건을 알지 못한다고 FT에 밝혔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