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가수 지드래곤(본명 권지용·35·왼쪽 사진)의 마약 투약 의혹 사건을 ‘혐의 없음’으로 불송치할 방침이라고 밝히면서 무리한 수사였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선균씨 마약 투약 의혹 수사 역시 직접 증거 확보에 실패하면서 ‘부실 수사’ 논란이 일고 있다.
14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다음 주 권씨를 ‘혐의 없음’으로 불송치할 방침이다. 김희중 인천경찰청장은 이날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수사 초반) 권씨의 마약 투약 혐의에 관한 상당히 구체적인 제보가 있었다”며 “제보를 토대로 전반적으로 수사했는데 범죄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경찰은 이선균씨 마약 투약 의혹 수사 과정에서 유흥업소 여종업원 A실장 진술을 근거로 지난 10월 25일 권씨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그러나 간이시약 검사는 물론 모발 손톱 등 정밀 감정에서도 마약류는 검출되지 않았다. 압수수색영장도 “범죄 사실 소명 부족”으로 기각됐다.
경찰은 최근 권씨와 함께 강남 유흥업소에 방문한 연예인들과 유흥업소 직원 6명을 참고인으로 조사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경찰 표현대로 ‘상당히 구체적인 제보’를 받고 두 달 가까이 수사를 벌였지만, 혐의를 입증할 진술이나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 셈이다.
경찰은 수사 초기부터 A씨 진술에만 의지해 무리한 수사라는 지적을 받았다. 권씨가 지난 6일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며 자진 출석했을 당시 경찰은 소환 계획조차 세우지 않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권씨는 경찰 조사 후 “조사에서 경찰이 제시한 증거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없었다”고 답하기도 했다. 마약 사건 전문인 안준형 변호사는 “유명인 마약사건처럼 실시간으로 피의사실이 공표되는 사건이 없다”며 “마약 반응이 음성이든 양성이든 피의자는 무죄 추정의 원칙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경찰의 마약 수사를 둘러싼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씨의 경우 마약 투약 관련 물증 확보에 실패하면서 수사가 동력을 잃었다. 경찰은 이씨를 2차례나 소환 조사하고 소변, 모발, 다리털에 이어 겨드랑이털까지 압수한 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마약류 검사를 의뢰했지만, 전부 음성 판정을 받았다. 당초 “A씨가 속이고 약을 줬다. 마약인 줄 몰랐다”고 했던 이씨는 이후 변호인을 통해 “마약 투약 자체가 사실이 아닐 수 있다”고 입장을 바꿨다. 현재 재판 중인 유아인씨 관련해서도 경찰이 유씨를 2차례나 소환하며 100일 넘게 수사했지만 구속영장은 기각된 바 있다.
다만 신종마약이 늘어나면서 마약 수사가 점점 어려워진다는 반론도 있다. 박성수 세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투약 시기를 특정해서 공소장에 명시해야 하고, 또 일정 시간이 지나면 투약 여부를 알 수 없다”며 “신종마약 같은 경우는 국과수에서 정밀 검사를 해도 검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