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에서 권력 지각변동이 벌어지고 있다. 주류 핵심이었던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가 각각 당대표직 사퇴와 총선 불출마로 2선 후퇴를 감행한 결과다. 위기를 수습할 비상대책위원장이 자리를 잡기 전까지 아무도 당내 주도권을 잡지 못하는 ‘무중력’ 상태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기현 전 대표와 장제원 의원의 폭탄선언은 충격파를 몰고 왔다. 가장 큰 변화는 주류였던 친윤(친윤석열)계들의 침묵이다. 친윤계 핵심 의원들은 희생의 ‘다음 타자’가 자신이 될까봐 잔뜩 움츠린 모양새다.
친윤 세력의 호위무사 역할을 자처했던 일부 초선 의원도 입을 닫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14일 “김 대표 사퇴 직전 시끄러웠던 의원들의 텔레그램 대화방이 쥐죽은 듯 조용하다”고 전했다. 일부 초선의원이 지난 11일 김 전 대표 사퇴를 촉구했던 서병수·하태경 의원 등을 겨냥해 ‘자살특공대’ ‘퇴출대상자’ ‘내부총질’ ‘엑스맨’ 등 거친 표현으로 공격했던 대화방이다.
다만 비주류 세력 역시 응집력이 약해 헤게모니를 장악할 새로운 세력이 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친윤계의 희생을 촉구했던 비주류 의원들도 전면에 나서지 않는 분위기다. 비주류 중진 의원은 “비대위 출범 전까지 밀린 지역구 현안이나 챙길 생각”이라고 말했다.
비주류 인사들 간 갈등도 이들의 결집을 막는 요인이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김 전 대표가 혁신위의 많은 요구 중 이준석 전 대표 대사면 건만 수용하고, 제가 요청한 이 전 대표 제명 건은 끝내 처리하지 않고 사퇴했다”며 김 전 대표를 비판했다. 형식은 김 전 대표 비판이지만, 오랜 앙숙 관계인 이 전 대표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비주류인 하태경 의원과 최재형 의원 역시 하 의원의 서울 종로 출마 선언으로 불편한 관계가 됐다.
상황이 이러니 새로운 세력 대신 친윤계가 다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우세하다. 지도부 관계자는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비대위 등장까지 한시적인 구원투수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결국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 의중)이 가장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국민의힘 인적쇄신이 현실화되면서 이 전 대표가 추진 중인 신당의 동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최재형 의원은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전 대표와 장 의원이 일단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 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