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 낳는 출산율… 소멸하는 한민족

입력 2023-12-15 04:08

한국의 인구감소 속도를 두고 “흑사병이 창궐했던 14세기 중세유럽을 능가한다”고 진단한 미국 뉴욕타임스(NYT)의 경고가 현실화하고 있다. 통계청이 14일 발표한 ‘2022~2072년 장래인구추계’에서 2030년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명이 채 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됐다. 2년 전 2031년으로 내다봤던 ‘출산율 1명’ 도래 시기는 5년 뒤인 2036년으로 미뤄졌다.

약 50년 뒤인 2072년 한국사회는 더 암울하다.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추월하는 ‘데드크로스’ 현상이 가속하면서 총인구수가 반토막난다. 인구가 1977년 수준인 3622만명으로 회귀하게 된다. 이마저도 인구 절반 가까이를 65세 이상 노인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할 수 있는 사람 1명이 노인 1명 이상을 부양하는 시대가 오는 것이다.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지난해 0.78명 수준인 출산율은 2025년 0.65명까지 떨어지며 최저점을 찍는다. 이후 반등해 2036년(1.02명)이 돼서야 1명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2년 전 장래인구추계에서 2031년 1명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이 시기가 5년이나 미뤄진 것이다.


출산율이 1명대를 넘더라도 2072년까지는 출생자보다 사망자가 더 많은 인구 자연감소 현상이 이어진다. 이미 인구감소는 ‘현재진행형’이다. 자연감소 규모는 2022년 11만명에서 2040년 27만명, 2072년에는 53만명 수준으로 점점 더 커질 전망이다. 통계청은 한국 총인구가 지난해 5167만명에서 2072년 3622만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봤다. 이는 출산율과 기대수명 등의 중간 수준을 가정한 중위 추계 시나리오다. 저위 추계 시나리오에선 2072년 인구가 3017만명까지 떨어진다.

인구감소는 고령화와 동시에 진행된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2025년 1000만명을 넘어선 뒤 2072년 1727만명이 돼 전체 인구의 47.7%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 2072년 유소년 인구(0~14세)는 595만명에서 238만명으로 2022년의 40% 수준으로 쪼그라든다.

유엔의 지난해 인구추계에 따르면 일본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독일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10개국도 2022~2072년 인구가 계속 줄어든다. 하지만 2072년 고령 인구 비중과 총부양비가 OECD에서 가장 높은 나라는 한국이 될 전망이다. 총부양비는 생산연령인구 100명당 부양해야 할 인구를 말한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