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비명(비이재명)계 의원을 중심으로 이재명 대표의 사퇴와 친명(친이재명) 세력의 내년 총선 불출마 등 인적쇄신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 선언과 김기현 대표의 자진사퇴로 쇄신 경쟁에서 앞서나가자 친명 지도부를 겨냥한 민주당 내 비주류의 목소리도 덩달아 커지는 모양새다.
여기에다 이낙연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본격화하면서 당내 분열 조짐이 가속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강성 지지층과 거리를 두는 통합 행보를 통해 위기 수습에 나서고 있다.
비명계 의원 모임인 ‘원칙과 상식’ 소속 이원욱·김종민·조응천·윤영찬 의원은 1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표에게 간곡하게 호소한다”면서 “총선 승리와 윤석열 정권에 대한 압도적 심판을 위해 한발만 물러서 달라”고 압박했다. 이들은 또 “당대표와 지도부, 586 중진들이 각자 기득권을 내려놓는 ‘선당후사’를 결단해야 한다”며 통합형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을 촉구했다. 조응천 의원은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시쳇말로 (국민의힘에) ‘선빵’은 빼앗겼기 때문에 국민들이 그에 상응하게 (민주당 쇄신을) 인정하게 하려면 (쇄신을) 더 세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명계의 이 같은 요구에 친명계는 반발하고 나섰다. 한 친명계 의원은 통화에서 “소수의견도 안되는 ‘비원칙과 몰상식’ 4명이 떠드는 것을 민주당이 왜 신경 써야 하느냐”고 말했다. 계파색이 옅은 초선 의원도 “이 대표가 법원에서 유죄를 받은 것도 아닌 상황에서 거취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소리”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통합 행보를 해법으로 들고나왔다. 이 대표는 최근 자신의 강성 지지층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 이장직을 내려놓는 방안을 지도부 관계자들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가 강성 팬덤과 거리를 두면서 당내 통합 제스처를 취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의 ‘이장직 사퇴’는 최근 비명계에서 줄곧 요구해 온 요구사항 중 하나였다. 비명계는 이 대표가 ‘재명이네 마을’을 통해 강성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을 사당화했다는 주장을 펼쳐 왔다.
이원욱 의원은 지난 11일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재명이네 마을’ 이장직을 먼저 사퇴하면서 ‘이제는 당신네들(강성 지지층) 하고는 내가 같이하지 않겠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또 다른 통합 행보의 일환으로 문재인정부 시절 총리들과 회동하기로 했다. 이 대표는 오는 20일 김부겸 전 총리를, 28일에 정세균 전 총리를 각각 비공개로 만나기로 일정 조율을 마쳤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총선을 앞두고 당 선배들에게 조언을 듣겠다는 취지로 마련한 자리”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신당 창당을 공식화한 이 전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 5일 김·정 전 총리를 거론하며 ‘이재명 체제’에 대한 우려에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문재인정부 당시 총리를 지낸 민주당 인사 3명이 ‘반(反)이재명’ 전선을 구축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에 대해 이 대표 측은 “이 전 대표의 말씀이 있기 전부터 이미 조율하고 있던 일정”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신용일 이동환 기자 mrmonst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