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등장을 앞두고 ‘간판 딜레마’에 빠졌다. 비대위의 리더로 거론되는 인사들이 장점도 많지만 동시에 약점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인지도가 높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그림자’가 부담이다. 야당 대표 출신인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의 경우 영남권 의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에 대해서는 ‘설화 리스크’ 우려가 제기된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14일 통화에서 “비대위원장은 공천관리위원회와 선거대책위원회를 직접 꾸려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갖고 있다”면서 “이르면 다음 주 중 결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동훈·원희룡 장관은 국민의힘에 ‘새바람’을 일으킬 인물들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장관 자리에서 아직 물러나지 않아 현실 가능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또 두 장관 사람 모두 윤 대통령과 같은 서울대 법대 출신에다 검사 출신이며, 윤석열정부의 장관이었다는 점은 부담이라는 주장도 있다. 수평적인 당정 관계에 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한 장관 개인적으로는 ‘정치 신인’이라는 점이 걸림돌로 거론된다. 이용호 의원은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정치 경험이 없고 이미지만을 위한 사람이 오면 그동안의 연장선상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 출마를 시사해 총선을 이끌 명분까지 쌓았다는 강점이 있다. 다만 원 장관이 국토부를 이끌면서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 등 여야 정쟁에 뛰어들었던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김한길 위원장에 대해서는 영남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대가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공동대표까지 지낸 야권 출신 인사라는 점을 문제삼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적지 않다. 한 영남권 의원은 “김 위원장이 우리 당의 이념과 정서를 이해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 친분이 깊어 ‘윤심(尹心)’ 논란을 부채질할 가능성도 있다. 허은아 의원은 페이스북에 김 위원장을 언급하며 “(자진사퇴한 김기현) 당대표의 헌신이 누군가의 기회주의적 탐욕에 악용돼서는 안 된다”면서 “바뀌어야 할 것은 용산이고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도 하마평에 올라 있다. 잦은 말실수 논란이 발목을 잡고 있다. 친윤(친윤석열)계와 일부 중진 의원의 반발 기류도 감지된다. 인 전 위원장은 혁신위를 이끌면서 ‘지도부·친윤·중진 의원들의 불출마·수도권 출마’를 압박해 갈등을 빚었다. 한 재선 의원은 “일부 의원이 인 전 위원장에 대한 반대 명분으로 ‘설화 리스크’를 내세우지만, 본심은 인 전 위원장에 대한 배신감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시절 비대위원장을 지낸 김병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도 비대위원장 후보군 리스트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의 인물’이 급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