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경영계·정부 대표자들이 14일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한국노총이 사회적 대화 복귀를 선언한 지 약 한 달 만이다. 이들은 노사정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수시로 소통을 이어나가기로 했다. 노사정 사회적 대화가 공식적으로 첫발을 떼면서 각종 노동 현안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대통령 직속 사회적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논의할 구체적인 노동 의제는 실무자회의 등을 거쳐 이르면 내년 1월 본위원회에서 결정된다.
경사노위에 따르면 노사정 대표자 4인은 이날 낮 서울의 한 식당에서 오찬을 겸한 대표자회의를 했다. 회의에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이 참석했다.
현 정부 들어 처음 열린 노사정 대표자회의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2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사회적 대화가 더 넓은 범위에서, 더 중요하게 계속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를 나눴다”며 “보람 있는 자리였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저출산, 고령화, 청년 일자리 등 사회적 위기가 심각한 상황이다. 노사정이 여기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필요하면 해외 조사연구도 함께 진행하는 등 같이 문제를 풀어나가자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노총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역할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필요한 경우 (노사정 대표가) 수시로 만나기로 했기 때문에 앞으로 더 자주 만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노사정 대표자들은 이른 시일 안에 경사노위 본위원회를 개최하는 데에도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 노사정은 부대표자회의, 노사정 실무자들이 참여하는 의제개발·조정위원회 등을 통해서 의제를 설정한다. 이후 경사노위 내 최고의결기구인 본위원회가 의제를 확정하고, 경사노위 산하에 의제별 위원회를 설치해 개별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본위원회는 이르면 내년 1월 중 개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경사노위는 지난 5월에도 노사정 대표자회의를 한 차례 추진했으나 한국노총 산하 노조 간부에 대한 경찰의 강경진압 논란으로 노정 관계가 얼어붙으면서 무산됐다. 이후 지난 6월 한국노총은 사회적 대화 중단을 선언했지만 지난달 대화에 복귀했다.
다만 노동 현안이 워낙 광범위하고 노사 입장차가 극명해 의제 설정부터 치열한 논쟁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한국노총은 경사노위가 ‘산업전환, 근로시간, 계속고용 등 산적한 노동 현안’ 관련 대화를 나눴다고 보도자료를 내자 “근로시간에 대한 이야기는 나누지 않았다”고 반박 입장을 내기도 했다.
노동계는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보호,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확대,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등의 논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세종=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