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에 새벽 음향기기 보복’은 범죄… 대법 첫 판단

입력 2023-12-15 00:03 수정 2023-12-15 00:03

층간소음에 보복하려고 고의로 큰 소리를 반복해서 냈다면 ‘스토킹’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웃을 괴롭힐 의도로 일부러 소음을 일으키는 행위를 지속했다면 스토킹 범죄가 성립된다는 대법원 첫 판단이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14일 스토킹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사회봉사 120시간 및 스토킹 범죄 재범 예방 강의 40시간 수강 명령도 확정했다.

A씨는 2021년 6월 20일 경남 김해의 한 빌라에 월세로 입주했다. 그는 바로 위층에 사는 집주인 가족과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빚었고, 그해 10월부터 늦은 밤과 새벽 사이 반복해서 큰 소음을 내기 시작했다.

위층 가족은 결국 ‘소음 일지’를 작성했고 일부 소리는 녹음했다. A씨는 오전 2~3시 도구로 벽과 천장을 두드려 ‘쿵쿵’ 소리를 냈고, 오전 5시 앰프 스피커로 찬송가를 틀었다. 같은 해 11월 1일 결국 112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으나 A씨는 “영장 들고 왔느냐. 내가 시끄럽게 한 게 아니다”며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경찰은 같은 달 18일 압수수색영장을 들고 A씨 집을 다시 찾아갔고, 집안 천장 곳곳에서 파인 흔적을 찾았다. A씨는 10월 22일부터 11월 27일까지 31회에 걸쳐 공포심을 일으키는 소리를 낸 혐의를 받았다. 1·2심은 소음 일지, 파인 흔적, 이웃 증언 등을 근거로 유죄 판결했고, 대법원도 원심을 확정했다.

다만 대법원은 모든 층간소음 보복이 스토킹 범죄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수개월에 걸쳐 늦은 밤 큰 소리를 낸 점, A씨 행위로 다수의 이웃이 수개월 내 이사를 간 점, 대화를 거부하고 오히려 주변 이웃들을 스토킹 혐의로 고소한 점 등을 종합해 유죄를 인정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