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으로 게임하듯… 온라인 도박 빠지는 10대들

입력 2023-12-15 04:05

고등학생 A군은 최근 학교폭력을 당해 경찰서를 찾았다. 친구들에게 빌린 돈을 갚지 못해 폭행을 당했다고 했다.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A군의 도박 사실을 알게 됐다. A군은 SNS 광고를 보고 호기심에 시작한 온라인 바카라 게임에서 20일 동안 600만원을 잃었다고 했다. 이 중 400만원은 친구들에게 빌린 돈이었다. A군은 지난 3월 경찰 도움을 받아 한국도박예방치유원(예방치유원)에서 치료를 받고서야 도박을 끊을 수 있었다.

도박 중독 청소년의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 A군처럼 친구에게 빌린 돈을 갚지 못해 학교폭력 피해자가 되는 경우도 많았다.

14일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4월 6일부터 지난 10월까지 예방치유원으로 연계 조치한 도박 중독 청소년 76명을 분석한 결과 16~17세가 52명(68. 4%)로 가장 많았다. 초등학생도 1명(13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남자 청소년으로 전체 비중의 97.4%(74명)를 차지했다.

청소년들은 휴대전화 보급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온라인 도박에 쉽게 빠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경찰이 연계한 청소년 전원이 온라인 도박을 이용했다. 도박 게임 유형도 바뀌었다. 15~30초 만에 승부가 나는 바카라, 달팽이 경주 게임이 65.8%로 가장 많았다. 예방치유원 관계자는 “2020년에는 불법 스포츠 토토가 주였다면 지난해에는 단시간에 승부가 나는 요행성 게임이 많았다”고 전했다.

도박을 처음 접하는 경로는 절반(55.3%)이 친구 등 지인 소개였다. 용돈벌이(25%)와 호기심(13.2%), 도박 광고(6.6%)가 뒤를 이었다. 용돈이 필요한 청소년들이 주위에서 도박으로 돈을 땄다는 이야기를 듣고 도박을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도박자금을 마련하려다 폭행, 갈취 등 다른 범죄의 피해자로 연결되는 경우도 흔하다. 신민주 서대문경찰서 학교전담경찰관(SPO)은 “도박 사실을 알게 되는 계기가 학교폭력인 경우가 많다. 왜 때렸는지를 찾다 보면 도박 빚으로 이어진다. 해당 학생의 친구들을 탐문하다 보면 99%가 도박을 하고 있었다”며 “본인이 하는 게 게임이나 용돈벌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경찰은 청소년 도박 대부분이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점을 고려해 SPO와 사이버 수사팀 간 공조를 강화할 방침이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형사사법적 시각으로 (도박) 청소년에게 접근하기보다 전문기관 등에 연계해 사회에 정상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