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광화문 맞은편에 선 3층 규모의 프로젝트 타워에서 7개의 고성능 프로젝터가 가동되기 시작했다. 광화문 전체를 화면으로 쓰는 800m 길이의 미디어파사드쇼 리허설이 시작된 것이다.
광화문 양옆 담장 100m 어간에 두루미가 나타나 인왕산 사이를 날아다녔다. 서울시를 상징하는 해치와 2024년 갑진년(甲辰年)을 상징하는 청룡도 등장했다. 영상은 극장에서 보는 듯 생생했다. 미디어파사드가 상영되지 않는 공간에선 붉은색과 푸른색의 조명 연출이 이뤄졌다. 이는 서울시가 서울윈터페스타(윈타)의 일환으로 개최하는 ‘서울라이트 광화문’, 미디어파사드쇼의 첫 작품 ‘광화로’다.
서울시는 지난 13일 광화문 일대에서 서울라이트 광화문의 리허설을 진행했다. 지난 10월 100년 만에 광화문 앞 월대가 복원된 것을 기념해 지난해 광화문광장에서 개최됐던 행사 무대를 광화문으로 옮겨왔다.
걸어가던 시민들은 리허설을 보기 위해 멈춰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울산에서 가족과 함께 서울을 방문한 이승희(43)씨는 “오후에 미디어파사드쇼 리허설을 잠깐 봤는데 아주 신기했다”며 “아쉬운 마음에 떠나기 전 다시 쇼를 보려고 광화문을 찾았다”고 말했다.
미디어파사드쇼에서는 광화로에 이어 30분간 5개의 작품 영상이 상영됐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이이남 작가의 ‘광화산수도’였다. 해와 달이 산수를 비추고 있는 그림 ‘일월오봉도’ 등을 소재로 동양미학 정신을 담은 작품이다. 작품이 상영되고 광화문 중앙에 해와 달이 동시에 뜨자 지켜보는 시민들 사이에선 탄성이 나왔다. 행사 관계자는 “광화산수도는 작가가 광화문을 위해 만든 작품으로 이번에 처음 공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상 사이에는 5분간의 조명쇼도 있었다. 광화문 담장 전면에 배치된 100개의 조명기둥과 광화문광장 북쪽에 설치된 20개의 조명이 하늘을 수놓았다. 지난해 동원된 조명기둥이 22개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조명쇼 규모가 5배 이상 커진 셈이다. 서울시는 2024년 서울색인 스카이코럴 색상도 조명쇼에 활용할 방침이다.
광화문광장 서측 육조마당에는 길이 14m, 높이 4m의 대형 LED 전광판이 설치됐다. 이곳에선 경제와 결합된 시장 만능주의 예술에 반항하는 디지털 기반의 신다다이즘 성향 작가 8명의 작품 영상이 상영됐다. 새로운 미래 환경과 가상 인간을 소개하는 ‘미러링 네이처’, ‘미러링 휴먼’을 보여주는 LED 미디어큐브 34대도 육조마당에 배치된다. 서울시는 이외에도 세종문화회관과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외벽 LED도 행사 기간 활용할 계획이다.
서울라이트 광화문은 15일 개막 점등식을 시작으로 다음 달 21일까지 진행된다. 35분간의 미디어파사드쇼는 오후 6시부터 10시 사이 정각에 볼 수 있다.
글·사진=김이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