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책 앞서… 정신건강 돌봄·상담 일찌감치 힘써온 교계

입력 2023-12-15 03:01
게티이미지뱅크

여의도순복음교회 상담소는 ‘사랑의 전화’를 44년째 이어오고 있다. 상담소까지 찾아가기 어렵거나 대면을 꺼리는 내담자를 상대로 전문 상담원이 직접 응대한다. 상담소 담당 이미옥 선임목사는 14일 “일대일 상담과 상담학교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가정문제나 우울증, 불안증 등 심리적 문제를 안고 있던 분들의 호전 사례가 많다”며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모아두는 저장장애나 강박장애 증상자들이 교회 상담소를 통해 회복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외부 상담기관과 협업 돌봄 활발

정부가 이달 초 ‘정신건강 정책 혁신 방안’을 발표하면서 기독교계의 정신·마음건강 활동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정부 발표의 골자는 10년 안에 자살률을 현재(25.2명)의 절반으로 줄이고, 2027년까지 청년 100만명 심리상담을 실시한다는 건데 이미 교단과 교회 차원에서는 관련 활동을 활발하게 이어오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총회 상담학교(이사장 손신철 목사)는 지난 8일 전국 권역별 상담센터 11곳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목회·일반상담이 모두 가능하고 한국목회상담협회 소속 전문 상담가가 있는 센터를 우선 선정했다. 센터별로는 다양한 상담 방법이 제공되는데 일대일 상담, 문자 상담에 이어 특히 익명성 보장을 원하는 목회자를 위해 ‘메타버스(3차원 가상공간) 상담’도 선보인다. 자신의 이름과 소속 교회, 나이 등 개인정보를 알리지 않고서도 상담이 가능토록 한 것이다.

앞서 기독교대한감리회 태화복지재단은 지난해 3월 국립정신건강센터와 MOU를 맺고 ‘정신건강사업 마음 ON’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재단 산하 6개 복지관이 연령대별로 맞춤 상담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재단 소속 하지선 책임연구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신 질환은 정신적 문제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오는 빈곤함과 상실감 등 복합적인 영역”이라며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건강을 회복하고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이 상담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예방과 치료가 정부 역할이라면 일상으로의 회복 과정은 교회와 민간단체가 채워야 하는 부분이다. 일상의 돌봄과 신앙적 돌봄이 함께 이뤄져야 한 영혼이 온전한 회복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인력 갖춘 교회상담소

어느 정도 규모를 지닌 교회는 풍부한 전문인력을 바탕으로 전문상담 기관을 방불케 한다.

온누리교회(이재훈 목사)는 1999년부터 온누리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상담사 40여명은 모두 상담 관련 석사학위를 취득한 교회 교인이다. 상담은 개인·부부·가족 단위로 진행되는데 비용은 전액 무료다. 일부 내담자를 배려해 일요일에도 운영한다.

경기도 성남시 만나교회(김병삼 목사)가 운영하는 만나상담실에는 비기독교인이 더 많이 찾는다. 조수오 만나상담실 실장은 “상담을 처음 시작한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내담자 대다수는 교인이었다”면서 “입소문을 타면서 2011년을 기점으로 비신자가 더 많아졌다”고 귀띔했다. 석박사 출신의 상담진 15명을 둔 만나상담실은 한 달 기준 180회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 남서울교회 상담센터(센터장 권정혜) 상담사의 절반 이상은 신학 전공자다. 기독교 신앙에 바탕을 둔 상담사와 성경적 가치관 속에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상담소 이미옥 목사는 “트라우마 치료 등 갈수록 상담 수요가 많아지는 시대에 교회가 발 벗고 나서야 한다”며 “신앙과 신학적 가치관으로 상담할 때 성도들의 마음과 정서, 관계를 비롯해 가정의 회복이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유경진 이현성 조승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