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임신중지(낙태)권 폐기로 미국 사회에 큰 파장을 몰고 온 미국 대법원이 이번에는 ‘먹는 낙태약’ 판매 문제를 검토하기로 했다. 대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낙태 이슈가 선거의 주요 변수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졌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대법원은 13일(현지시간) 먹는 낙태약 판매 문제에 대한 검토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이 결정은 조 바이든 행정부와 약품 제조사가 낙태에 사용되는 ‘미페프리스톤’의 사용을 제한하도록 한 제5 연방항소법원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판결 취소를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 있는 이 연방항소법원은 지난 8월 미페프리스톤의 사용을 기존 임신 ‘10주 이내’에서 ‘7주 이내’로 제한하고 원격 처방과 우편 배송을 금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지난 4월 텍사스주 연방지방법원이 미페프리스톤에 대한 미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취소하라고 판결한 것을 두고 연방정부가 항소한 데 따라 심리가 진행된 결과였다.
미페프리스톤은 미소프로스톨과 함께 먹는 경구용 임신중절약이다. 미국에서 낙태의 절반가량이 이 약물을 통해 이뤄진다. FDA가 2000년 사용을 허가한 이후 주기적으로 안전성을 인정받아 현재는 의사를 직접 만나지 않아도 처방받을 수 있다.
대법원은 조만간 심리를 시작할 예정이며 판결은 대선 정국의 한복판인 내년 6~7월쯤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NYT는 “이는 낙태권이 민주당 공약의 중심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선거 시즌에 판결이 내려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 6대 3 보수 우위로 재편된 대법원은 지난해 6월 임신 6개월까지 연방정부 차원에서 낙태권을 보장해온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었다. 같은 해 11월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여성 표심이 민주당으로 쏠리면서 공화당은 큰 타격을 입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에서 “우리는 여성의 자기 결정권에 대한 전례 없는 공격을 목도하고 있다”며 “어떤 여성도 필요한 의학적 도움을 받는 데 저해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