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처럼 번지는 아동친화도시 인증… 아동 참여·지자체 특색 반영이 관건

입력 2023-12-15 04:03
제주 도순초 병설유치원에 설치된 흙놀이장에서 원아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아동친화도시가 유행처럼 번지며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계속해 제기되자 유니세프 한국위원회가 10년 만에 평가지표를 개정하면서 ‘도시공간’ 항목을 신설했다. 신규 지표는 ‘아동친화적인 공간 계획’과 ‘환경 개선’이다. 놀이·문화공간, 녹색 환경, 거주 환경, 안전 취약 환경을 각각 개선하고, 아동친화적인 공간은 아동 참여를 통해 조성하도록 했다. 아동 참여 절차에 대한 평가도 진행하겠다고 했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가 2013년 첫 아동친화도시 인증 이후 처음 평가 기준 손질에 나선 것은 기존의 지표가 제도 개선에 집중되면서 일상에서 아동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끌어올리는 데 미흡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제주도도 아동친화도시를 추진하고 있다. 2019년 아동친화도시 조성 조례를 제정하고, 같은 해 아동친화팀을 신설했다. 2020년 아동친화도시 인증 신청을 하는 등 평가 기준에 맞춰 하나씩 단계를 밟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행처럼 기준만 맞춰 인증을 받으려 하기보다, 지역의 특색과 욕구를 반영해 전략 과제를 선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앞서 발표된 ‘제주도 아동친화도시 조성을 위한 아동실태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 결과를 보면 제주지역 아동들이 가장 부족하다고 인식하는 시설은 ‘도서관과 문화시설’로 나타났다. ‘초·중·고생들이 방과 후 머무는 곳’은 48.1%가 ‘집’, 30.8% ‘학원’이었다. 초등학생의 경우 ‘방과후 혼자 있다’고 응답한 아동이 25.3%에 달했다. ‘제주도정이 아동의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에 대해선 42.8%가 ‘아동정책 수립 시 아동 의견 반영’이라고 응답했다.

현재 제주도는 아이들이 차별받지 않고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도시 환경 조성을 첫째 목표로 아동친화도시 전략 과제를 수립 중이다. 제주도 아동친화팀 관계자는 “유니세프 한국위원회가 인증 기준을 새로 만들면서 도시 환경을 어떤 방식으로 개선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졌다”며 “제주 아이들이 더 행복해질 수 있도록 내실 있게 계획을 세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제주=글·사진 문정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