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시들했던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박람회 ‘CES 2024’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재계 총수와 경영진이 대거 내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출격한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SK·현대자동차·LG·HD현대·두산 등 주요 그룹 계열사가 내년 1월 9~12일(현지시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4에 전시관을 꾸리고 신기술을 선보인다. 내년 CES 주제는 ‘올 투게더, 올 온(ALL TOGETHER. ALL ON.)’이다.
재계 총수 중에서는 범(凡)현대가 사촌지간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나란히 미국 출장길에 오른다. 특히 2022년부터 3년째 CES 현장을 찾는 정 부회장은 이번에 기조연설자로 나선다. 삼성과 LG 최고경영자(CEO)가 CES에서 기조연설을 한 적이 있지만 총수로는 첫 사례다.
SK그룹에서는 최태원 회장 또는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이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 최 부회장은 거의 매년 CES를 찾았다. 최 회장은 올해 초 4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CES를 참관했는데 내년 참석 여부는 미정이다. SK그룹은 SK㈜,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SK텔레콤, SK E&S, SK에코플랜트, SKC 등 7개 계열사가 CES 2024에 참가해 ‘행복’(Inspire Happiness)을 주제로 한 전시관을 공동 운영한다. 1년 전보다 약 190평 확대한 560평 규모의 전시관 콘셉트는 ‘테마파크’다. 특히 이번에는 고대역폭메모리반도체(HBM), 전기차 배터리, 도심항공교통(UAM), 첨단소재, 플라스틱 리사이클링, 수소, 소형모듈원자로(SMR), 탄소포집·저장·활용(CCUS) 등 각 계열사의 탄소 감축 기술과 사업을 개별 전시하지 않고 ‘그룹화’한 게 특징이다.
현대차그룹은 CES ‘단골 고객’인 정 회장 지휘 아래 역대 최대 규모의 전시관을 마련한다. 주요 계열사 경영진도 총출동한다. 지난 2019년 이후 5년 만에 전시관을 준비한 기아는 이날 ‘준비된 기아가 보여줄, 모두를 위한 모빌리티’ 주제의 공식 티저 이미지를 첫 공개했다.
지난 2020년부터 격년 단위로 CES에 참가하고 있는 두산그룹에서는 박정원 회장이 4년 만에 현장을 둘러보고 신사업 구상에 나선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미래 일상을 놓고 격돌한다. 한국경제인협회와 코트라(KOTRA) 등 단체도 별도의 사절단과 전시관을 만든다.
다만 미국 내 물가가 급격히 오른 탓에 전반적인 비용 지출이 커진 점은 기업들에 부담이다. 한 그룹 관계자는 “통상 직원 한 명당 700만원에서 많으면 900만원 정도 비용이 들었는데 올해는 1200만원을 훌쩍 넘어섰다. 비행기 삯도 올랐지만 현지 인건비와 식비 등이 두 배 정도 비싸졌다. 살인적인 물가를 체감한다”고 말했다.
김혜원 기자 ki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