多 되는 ‘찬양반주기’ 보급… 개척교회·선교사에 천군만마 역할

입력 2023-12-15 03:09
안정복 EM미디어 대표가 지난 7일 서울시 은평구 역촌동의 사무실에서 최근 새롭게 성능이 향상된 미가엘 찬양반주기를 소개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여의도순복음교회 장로회장인 안정복(71) EM미디어 대표는 이영훈 위임목사와 해외 선교지를 다니다 선교사로부터 ‘두 번의 반가운 인사’를 받을 때가 있다. 한 번은 방문단으로 받는 환영 인사고 다른 한 번은 안 대표가 ‘미가엘 찬양반주기’를 만들었다는 걸 안 뒤다.

안 대표가 1991년 개발한 미가엘 찬양반주기는 음향 기기와 인력이 부족한 개척교회 목회자는 물론이고 선교사들에게 사역 필수품 1호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7일 서울 은평구 역촌동 EM미디어 사무실에서 만난 안 대표는 “선교사님들이 처음엔 그 반주기를 제가 만든 줄 모르다 나중에 알고 나면 너무 잘 쓰고 있다면서 반가워하시는데 감사할 뿐”이라며 반색했다. 이어 “‘영적 전쟁’의 시대에 강력한 병기로 쓰임 받길 원하는 마음으로 제품 하나도 허투루 만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가엘 찬양반주기를 만든 EM미디어는 지난 5일 국민일보가 제정한 ‘2023 기독교 브랜드 대상’ 시상식에서 문화부문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 상은 건전한 기독교 발전과 문화 조성에 이바지한 단체와 개인에게 수여한다.

안 대표는 “반주기를 만들면서 오히려 영적 전쟁과도 같은 순간을 마주할 때가 많다”며 “같이 일하는 친동생과의 관계가 틀어졌던 순간 등 여러 위기가 있었지만 하나님이 맡기셨다는 소명의식과 최고의 제품을 하나님께 드린다는 마음으로 기도하며 사업체를 운영해왔다”고 전했다.

이런 마음가짐은 1981년 첫 사업 실패 후 고향인 광주에서 서울로 상경한 안 대표가 하나님과 맺은 언약이 바탕이 됐다. 고향에서 전자 도매상을 하며 승승장구하던 안 대표는 보증을 서준 지인으로부터 사기를 당해 빈털터리가 됐다. 두 아들을 부모님 댁에 맡기고 아내와 상경해 종로 세운상가 인근에 월세방을 얻었다.

오디오 조립 일을 하며 근근이 살아가던 그는 어느 날 문득 교회가 가고 싶어졌다. 다니던 고등학교가 미션스쿨이었기에 신앙은 갖고 있었지만 믿음은 크지 않았다. 광주에 살 때 가끔 텔레비전을 통해 보던 조용기 목사의 설교를 듣기 위해 아내와 여의도순복음교회에 나가기 시작했다.

안 대표는 “당시 조용기 목사님 설교가 무슨 이야기인 줄은 잘 모르겠는데 힘이 있고 늘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어 기억에 남았다”며 “마침 주일은 쉬는 날이라 좋아하던 술과 담배도 끊고 교회에 나가보자 마음먹었었다”고 말했다.

절박한 마음에 철야 예배와 금식기도에 매달렸다.

안 대표는 “어느 날 새벽에 기도하는데 ‘내가 너를 정말 사랑하는데 네가 내 사랑을 깨닫지 못해 사업을 실패하게 했다. 앞으로는 내 계명과 율법만을 따라라. 그러면 너를 창대하게 해주겠다’는 음성을 들었다”고 했다. 이어 “그 뒤로 본격적으로 신앙이 성장했는데 지금도 하나님이 위에서 내려다보시는 것 같아 감히 거짓말 하거나 허튼짓을 못 하게 된다”고 고백했다.

오디오 조립 기술이 있던 안 대표는 이후 한 유명 업체로부터 노래방 반주기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처음엔 내키지 않았지만 마지못해 만든 노래방 반주기로 안 대표는 2년간 로열티로만 매달 1억원 가까이 받게 됐다. 하지만 그의 마음이 괴로워지기 시작했다.

안 대표는 “돈을 많이 벌기는 했는데 기도할 때마다 괴로웠다”며 “크리스천으로서 대중가요를 부르게 하는 게 할 일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세상 것을 만들면서 재물만 탐한 게 아닌가 하는 자책이 계속 들었다”고 했다.

결국 로열티를 거절하고 제조기술을 이전해줬다. 그저 하나님께 받은 은혜에 보답하고 싶었다고 했다. 평소 찬양 부르는 걸 좋아하는 안 대표는 처음엔 전자오르간을 만들려 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반주자가 부족한 교회들의 현실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91년 국내 최초의 찬양반주기가 세상에 나왔다. 제품명에 ‘5025’가 들어가는데 성경 속 ‘오병이어의 기적’에서 따왔다. 첫 제품은 중국 창춘과 제주도 최남단 교회에 각각 무상 기증했다. 지금도 33년 전 첫 제품을 들고 와 수리를 맡기는 교회가 있는데 안 대표는 끝까지 책임진다는 마음으로 무상으로 수리하고 있다고 했다.

안 대표는 “로열티를 거절한 걸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다”며 “온 누리에 찬양이 가득해야 한다고 늘 생각하기에 주님 다시 오실 그날까지 계속해서 사역을 이어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미가엘 찬양반주기는 손쉽게 갖고 다닐 수 있는 휴대용 PC 반주기와 휴대전화 앱 반주기 등 시대에 맞게 꾸준히 기술 개발을 하고 있다. 반주기 하나만 있으면 화면에 악보를 띄울 수도 있고 밴드 반주부터 피아노 반주와 파이프 오르간, 오케스트라 반주 등 원하는 형식의 음향으로 송출할 수 있다. 성경 말씀까지 탑재해 성경 구절을 화면에 띄우거나 음성 낭독 기능으로 성경 청취도 가능하다. 예배 진행 여건이 열악한 교회에는 더할 나위 없이 든든한 일꾼이다.

안 대표는 지난 삶에서 만나온 하나님을 ‘역전의 하나님’으로 정의한다. 그는 “사업을 하다 보면 수많은 경쟁자와 마주한다”며 “한때 경쟁자였던 한 대기업이 우릴 비방하는 등 수없이 괴롭혔지만 결국 망하는 걸 보며 하나님만 의지하며 기도하다 보면 어느샌가 하나님께서 다 역전시켜 주시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 좋아하는 성경 구절이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롬 8:28)’는 말씀”이라며 “하나님께서는 역경이 다가오더라도 기도하는 자를 늘 사용하신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안 대표는 사업을 꿈꾸는 크리스천 청년들에게도 이 같은 마음을 전했다.

그는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한 템포씩 나가다 보면 어느샌가 다 이뤄주시는 하나님을 느끼게 된다”며 “무엇보다 기도해야 주님이 도와주신다. 늘 기도에 힘쓰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남미 선교지를 위해 남미의 각국 언어로 된 기계 개발에 매달리고 한 기기에서 전자오르간부터 전자피아노와 오케스트라 악기 등 모든 곡을 연주할 수 있는 제품 개발에도 몰두 중인 안 대표의 소명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