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은 그대로 두지만 제품 중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의 실체가 확인됐다. 지난 1년간 37개 제품이 중량을 줄여 ‘꼼수 인상’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의 자체 조사, 소비자 제보, 언론 보도를 종합한 결과다. 정부는 식품기업이 제품 용량이나 가격을 바꾼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소비자원은 가격종합포털 참가격에서 가공식품 209개를 조사한 결과 최근 1년 안에 19개 상품(3개 품목)이 용량을 줄였다고 13일 밝혔다. 지난달 23일부터 지난 8일까지 슈링크플레이션 신고센터에 접수된 53개 상품 중에선 9개 상품(2개 품목)의 중량 감소가 확인됐다. 언론에 보도된 9개 상품(5개 품목)까지 더하면 총 37개 제품이 중량을 줄였다.
적게는 7.7%, 많게는 20.0%까지 제품 중량이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가장 용량 변화가 컸던 제품은 풀무원 핫도그다. ‘모짜렐라 핫도그’ ‘탱글뽀득 핫도그’ 등이 한 봉지에 5개에서 4개로 줄면서 20.0%의 감소 폭을 보였다. CJ제일제당의 ‘숯불향 바비큐바’는 280g에서 230g으로 기존보다 17.9% 줄었고, 동원F&B의 ‘양반 들기름김’ ‘양반 참기름김’은 5g에서 4.5g으로 10.0% 줄었다.
가격이 그대로여도 중량을 줄이면 사실상 가격이 인상된 효과를 낸다. g당 가격이 커지기 때문에 가격 변동이 일어나는 셈인데 기업들이 중량 변동을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이번 조사에서 중량 변경을 알린 기업은 두 곳뿐이었다. 바프(HBAF)는 ‘허니버터아몬드’ 중량을 기존 210g에서 20g으로 줄이면서 자사 온라인몰에 알렸다. 연세대학교 전용목장 우유는 총 1000㎖의 용량 중 100㎖가 줄이고 이 사실을 자사몰 홈페이지에서 안내했다.
일부 기업들은 ‘꼼수 인상’이 아니라는 항변도 했다. 소비자원은 “일부 제조사는 용량 변경을 인정하면서도 포장재, 레시피 등이 변경된 리뉴얼 상품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소비자의 선택에 혼동을 주지 못하도록 슈링크플레이션을 방지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소비자원은 제조사와 유통사로부터 용량 정보를 제공받아 용량 변경에 대한 전방위적인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렇게 종합한 정보는 참가격, 소비자24 등의 사이트를 통해 정기적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소비자원은 내년부터 가격조사전담팀을 신설하고, 참가격 모니터링 대상을 현재 128개 품목(336개 상품)에서 158개 품목(500여개 상품)으로 늘린다.
법적 제재도 추진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날 경제부총리 주재 비상경제장관회를 열고 ‘용량 축소 등에 대한 정보제공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용량이나 성분을 변경할 때 이를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으면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이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