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은둔 청년 54만명… 세상 밖 나올 수 있도록 정부 나선다

입력 2023-12-14 04:04
국민일보DB

54만명으로 추정되는 전국의 고립·은둔 청년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정부가 최초로 전담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주변의 관심과 도움이 절실한 만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고립·은둔 청년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내년에는 전담 지원 기관도 전국 4곳에 설치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청년정책조정위원회’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고립·은둔 청년 지원 방안’을 보고했다고 13일 밝혔다. 취약청년 보호를 위한 정책 중 일부로 고립·은둔 청년 지원 방안이 포함된 적은 있지만 이들만을 대상으로 정부의 종합 대책이 나온 건 처음이다. 지난 5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고립·은둔 청년의 비율은 5%(2021년 기준)로 전체 청년 인구에 대입하면 약 54만명이 사회와 단절된 채 살아가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청년 고립·은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지난 8월 청년재단 연구에 따르면 고립·은둔으로 청년이 경제활동을 포기해 생기는 손실이 연간 6조7000억원, 이들을 위한 복지 비용으로 투입해야 하는 돈이 2000억원에 이르는 등 사회적 손실 비용이 약 7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대책은 밖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고립·은둔 청년의 특성을 고려해 이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한다는 데 방점이 찍혔다.

이기일 복지부 제1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고립·은둔 청년은 외부 접촉을 피하고 방 안에 은둔하면서 온라인 활동을 주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현장 방문 등 기존 방식으로는 발굴이 어렵다는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대학생 등 자원봉사단을 모집해 이들이 주로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보호 대상 청년 발굴에 나선다. 특히 청년이 비대면·온라인 방식으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내년 하반기에는 ‘129’ 번호로 원스톱 도움 창구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지역 내 지원 전담 기관도 설치한다. 기존에는 이들을 복지 취약계층으로 분류해 생계·직업 훈련 등의 지원이 이뤄졌지만 앞으로는 고립·은둔 청년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을 한다는 것이다. ‘청년미래센터(가칭)’를 전국 4개 지역에 설치해 전담 인력을 두고 고립·은둔 청년 지원에 나선다. 전담 사례관리사가 청년의 고립·은둔 이유에 맞게 지원책을 제공한다. 만약 대인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라면 자조 모임 등 대인 접촉을 확대할 기회를 주고, 취업 실패 등 사회 복귀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이라면 일 경험을 제공하는 청년정책 지원과 연계한다는 계획이다.

고립·은둔을 시작하는 시기가 10~30대에 집중돼 있는 만큼 예방에도 나서기로 했다. 교육부는 학교에 나오지 않는 학업중단 학생 등 위기 학생을 지원한다. 고용노동부는 취업 실패 등으로 쉬고 있는 청년에게 ‘청년성장프로젝트(가칭)’를 신설해 진로 탐색 등의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