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그리스도의 몸이요”

입력 2023-12-15 03:05

이 책은 시간과 사람에 관한 책입니다. 수많은 갈등과 분쟁, 오랜 방황과 부침, 여러 굴곡의 시간을 통해 지금의 저자가 빚어졌습니다. 또한 여러 곳에서 많은 이들과 다투며 논쟁하며 날 선 공방을 주고받던 시간과 그로 인해 서로에게 새긴 상처들이 아물던 시간을 통해 이 책의 얼개가 빚어졌습니다.

우리는 종종 성급히 시공간을 뛰어넘는 기적을 바라지만, 하나님께선 시간과 삶을 통한 성숙, 즉 성화라는 기적을 우리에게 선물로 주셨습니다. 이 책은 그 선물을 누리는 사람들을 통한 하나님 나라의 현현, 즉 교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책에서 말하는 교회는 그래서 바로 사람입니다. “너희는 그리스도의 몸이요 지체의 각 부분이라.”(고전 12:27) 교회는 그리스도와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우리(몸)입니다. 때문에 교회 안에 있는 그 누구도 교회가 아니라고 함부로 부정당해선 안 됩니다. 혹여 그가 갈등과 다툼의 원인이 되더라도 말입니다. “눈이 손더러… 머리가 발더러 내가 너를 쓸 데가 없다 하지 못하리라… 더 약하게 보이는 몸의 지체가 도리어 요긴하고.”(고전 12:21~22)

책에 등장하는 김호준 형제만 사라지면 그 청년부는 다시 화목한 분위기를 찾게 될까요. 눈엣가시 같은 박세직 집사만 떠나면 담임목사님 마음이 다시 평안해질까요. 아마 아닐 겁니다. 그들이 사라진 자리는 의외로 무척 공허하고 불안해질 겁니다.

그 빈자리는 얼마 안 가 또 다른 갈등과 다툼으로 채워질 겁니다. 곧이어 살점을 도려내고 뼈를 드러낸 아픔이 우리를 파고들 겁니다. 교회는 한 몸이기 때문입니다. 고로 다소 도발적인 저자의 다음 발언에 깊이 동의합니다. “교회는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행하는 사람 위에 세워지며 또한 환난과 핍박 앞에서는 도망치는 사람 위에 세워집니다.”(189쪽)

책은 이해와 공감이란 책의 주제에 걸맞은 과정을 거쳐 세상에 나올 수 있었습니다. 저자는 본인이 오래도록 고민하며 준비해왔을 생각들을 잠시 내려놓고 출판사의 제안과 의도에 공감해 주셨습니다. 심지어 먼저 출간된 ‘분쟁하는 성도, 화평케 하는 복음’(지우)과 동일한 주제를 연이어 다루어야 하는 상황임에도 이를 기꺼이 이해해 주셨습니다. 덕분에 고신과 장신의 두 목회자가 같은 주제를 각자의 관점과 해석으로 풀어낸, 하나이며 동시에 둘인 책이 나올 수 있게 됐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저자에게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합니다.

우리는 의인인 동시에 죄인이며 무한과 영원을 소망하는 유한한 존재입니다. 사랑과 화목만이 가득해야 할 교회를 늘 반목과 분쟁으로 채웁니다. 우리는 참으로 모순된 존재입니다. 그 때문에 저자의 이야기가 더욱 와닿습니다. 이 책이 격려와 위로가 되길 기대합니다.

이재웅 도서출판 지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