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직분은 가르치고 이끌며 관리하고 섬기는 자리다. 집사의 직분 역시 예수 그리스도 아래 있는 고귀한 부르심인데, 사람들은 이를 장로가 되기 위해 거쳐 가는 자리로 보면서 장로보다 중요도가 떨어져 시키는 일이나 하는 것으로 오해하곤 한다. 연말연시 교회 임직식 등을 앞두고 집사와 장로의 본질을 되짚어보는 책들이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 구제 섬김 자비 도움의 사역을 실천하는 직분자들이 교회의 핵심임을 일깨워주는 책들을 소개한다.
‘팀 켈러, 집사를 말하다’(두란노)는 지난 5월 별세한 세계적 기독 저술가 팀 켈러(1950~2023) 미국 뉴욕 리디머장로교회 설립목사가 1985년 생애 처음으로 저술한 책이다. 켈러 목사가 미국 호프웰장로교회에서 9년간 노동자 성도들을 돌보고 난 뒤 웨스트민스터신학교 교수로 옮겨가고 난 이후 펴냈다. 당시 미국 장로회(PCA)는 집사 직분에 대한 신학적 실천적 정리의 필요성을 느끼고 역시 동료 교수이자 훗날 총장이 되는 조지 풀러 교수와 켈러 목사에게 이를 의뢰한다. 결과물로 나온 것이 집사 직분에 관한 매뉴얼 성격의 책인데, 무엇보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향한 자비와 긍휼의 사역을 강조한다.
책은 빈민, 난민, 노인, 요양원 입소자, 어린이, 미혼모, 재소자, 환자, 장애인을 교회의 집사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도울지를 항목별로 소개한다. 켈러 목사는 이후 뉴욕 맨해튼에 리디머교회를 개척하면서 이 집사관을 토대로 교회를 이끌었고 CTC 사역을 통해 전 세계 도시 수백 곳에 교회를 세우도록 돕는 은혜를 입는다. 교회 울타리 안에 갇혀 헌신을 강요하는 좁은 차원의 집사관을 버리고, 교회 너머의 가난하고 소외된 세상 속 이웃을 위해 시간과 자원을 내놓는 집사의 소명을 강조한 것이 핵심이다. 교회보다 세상을 섬기는 자비 사역이 집사 직분의 소명이라고 강조한다.
켈러 목사는 디모데전서 3장 8~13절 말씀으로 집사의 성품을 이렇게 풀이한다. “정중하고”는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모습을, “일구이언을 하지 아니하고”는 정직을, “이를 탐하지 아니하고”는 삶이 단순하고 소박함을, “깨끗한 양심에 믿음의 비밀을 가진”은 입으로 전한 메시지를 삶으로 살아내고, “술에 인박히지 아니하고”는 자제할 줄 아는 성품, “자기 집을 잘 다스리는”은 집안을 잘 이끄는 모습, “책망할 것이 없으면”은 순전한 믿음으로 항상 살아가려는 자세를 이야기한다.
‘좋은 장로 되게 하소서’(생명의말씀사)는 황대식(1931~2014) 전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총회장의 직분자를 다룬 고전 중의 고전이다. 1998년 1판이 출간된 이후 22쇄를 거듭했고 최근 개정판이 발간됐다. 상도교회 원로였던 황 목사는 서울신학대 이사장, CBS 부이사장,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공동회장 등을 역임했고 40년 목회 경험을 바탕으로 장로직에 관한 실질적 제언을 내놓는다. 지난해 ‘좋은 권사 되게 하소서’와 ‘좋은 집사 되게 하소서’가 먼저 복간된 바 있다.
1부에선 교회의 의미를 2부에선 교회의 직원이 누구인지를 그리고 3부에서 장로에 대해 서술한다. 황 목사는 “장로의 직무는 쉽지 않다. 쉬운 일만 찾는 사람은 장로로서 섬기는 일을 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이어 “장로의 직무를 다하는 데에는 가슴 아픈 많은 일을 겪어야 하며, 눈물을 흘릴 때도 많다”면서 “시간과 물질을 희생하지 않고는 교인들을 세심하게 돌볼 수 없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장로는 직무 수행 때 군림하는 자세로 일해서는 안 되며 구원의 은혜를 조금이라도 보답하려는 마음으로 자원하여 기쁨으로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