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총선이 13일로, 119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과거에는 쇄신을 주도했던 이들이 이제는 권력의 ‘홍위병’이 됐다는 게 비난의 핵심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에서 불출마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초선 의원들도 인적 쇄신의 ‘타깃’이 되는 분위기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13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초선은 늘 정풍운동의 중심이었는데 이 당은 일부 초선조차 완장 차고 날뛸 정도로 당이 망가져 버렸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친윤(친윤석열) 호위무사’들로 전락한 초선들에 대해서도 불출마 등 인적 쇄신 압박이 가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권력 ‘홍위병’ 노릇을 하는 사람에게 주요 보직을 맡기거나 공천을 주는데 누가 나서서 쓴소리를 하겠느냐”고 말했다.
지난 11일 국민의힘 의원 단체 대화방에서 친윤계 초선 의원들이 ‘김기현 사퇴론’을 제기한 서병수·하태경 의원 등을 겨냥해 거센 공격을 가한 것은 대표적 사례다. 초선 의원들은 ‘자살특공대’, ‘퇴출 대상자’, ‘내부총질’, ‘엑스맨’ 등 거친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선 의원 48명은 지난 3·8 전당대회를 앞둔 1월 중순 ‘윤심(尹心)’을 등에 업은 김기현 대표를 밀기 위해 유력 후보였던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를 촉구하는 연판장을 돌리기도 했다. 당시 비판 여론이 거셌지만 이 같은 상황이 11개월 만에 재현된 것이다.
역대 초선들은 개혁적인 방향으로 기류를 바꾸는 역할을 해 왔다. 16대 국회 당시 남경필·원희룡·정병국(남원정) 전 의원들이 주도한 ‘미래연대’가 대표적이다. 18대 국회 당시 초선이었던 정태근·김선동·김영우·주광덕 전 의원 등이 만든 ‘민본21’은 ‘여당 내 야당’으로 불릴 정도로 개혁적이었다. 이를 주도했던 정태근 전 의원은 “당시 초선은 정치에 대한 소명의식이 강했다”고 말했다.
영남권 초선이 많아진 것도 이유로 지목된다. ‘공천은 곧 당선’이라는 인식이 강해 지도부 입맛에 맞는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1일 국민의힘 의원 단체 대화방에서 서병수·하태경 의원을 향해 공격을 퍼부었던 초선들은 대부분 영남 의원이었다. 박성민(울산 중), 전봉민(부산 수영), 양금희(대구 북갑), 윤두현(경북 경산), 이인선(대구 수성을) 의원 등이 집단행동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모두 ‘나경원 연판장 사태’ 당시 서명했던 의원이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