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한국 총선·美 대선 겨냥 핵실험 등 도발·대규모 사이버 공격 가능성”

입력 2023-12-14 04:05
통일연구원이 13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개최한 ‘2024 한반도 정세 전망’에서 김진하 북한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2024년에 예정된 한국 총선과 미국 대선을 겨냥해 북한이 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한 군사 도발과 강력한 대남 공작을 전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통일연구원 제공

북한이 내년 4월 치러지는 한국 총선과 11월 미국 대선에 개입하기 위해 핵실험 등 대형 군사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또 한국 정치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대규모 사이버 공격과 정치심리전 등을 전개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박용한 한국국방연구원(KIDA) 선임연구원은 13일 서울 동대문구 KIDA에서 열린 ‘북한군사포럼’ 주제발표에서 “북한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의 유불리를 고려해 추가 핵실험에 나설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재임 기간에 두 차례 북·미 정상회담에 나섰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이 북한에 유리하다고 판단할 경우 한반도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방식으로 내년 미국 대선에 영향을 끼치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선임연구원은 또 “북한은 핵무기를 양적, 질적으로 강화하는 전략 기조를 지속할 것”이라며 “전술핵을 공세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핵탄두를 대량 생산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일연구원이 이날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개최한 ‘2024 한반도 정세 전망’에서도 비슷한 전망이 나왔다.

김진하 북한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2024년에 예정된 한국 총선과 미국 대선을 겨냥해 북한이 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한 군사 도발과 강력한 대남 공작을 전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이어 “한국 내부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공작, 정치심리전, 온·오프라인 테러 등도 기획할 수 있다”면서 “북한판 하이브리드전(복합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군사 도발과 사이버 공작 등을 통해 한국 정치 상황을 최대한 북한에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가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북한의 ‘7차 핵실험’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승수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러시아는 11월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을 탈퇴했는데 이것이 북한의 핵실험을 추동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 연구위원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서 압승한 후 강대국 지위를 과시하기 위해 30여년 만에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북한도 파급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러시아에 이어 7차 핵실험을 감행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북·미 간 대화 재개 등 극적인 한반도 정세 변화는 내년에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정성윤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장은 “한·미·일 협력이 강해지고 우리 정부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북한은 지금이 대화의 시기로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경색된 남북 관계를 풀기 위해 우리 정부가 나서서 북한 주민을 겨냥한 메시지를 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주민을 향한 우리 정부의 의지를 확실히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대통령이 직접 인도주의적 지원 내용을 담은 가칭 ‘한반도 선언’을 내놓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